상장사들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거나,이미 사들인 자사주를 잇따라 우호세력에 넘기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의결권이 있는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외부의 경영권 위협에 미리 대비하자는 의도다.


특히 최근 아이칸 등 외국계 펀드들이 KT&G 지분을 매집,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를 요구하면서 경영권 안정이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함에 따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급증하는 추세다.


◆우호세력에 자사주 매각 속출


KCC는 최근 자사주 52만6000주(지분율 5%)를 현대중공업 계열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에 매각,서로 지분을 교차보유하면서 우호관계를 한층 강화했다.


KCC는 현대중공업 지분을 8.15%,현대중공업은 계열사를 통해 KCC 지분 6.44%를 갖게 됐다.


KCC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 자사주 매각의 일차적인 목적이지만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이 지분을 갖게 해 경영권도 안정시키자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넥센타이어의 모기업인 넥센도 자사주 23만주가량을 한꺼번에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처분했다.


코스모투자자문에서 8만5000주를,코스모투자자문의 대주주인 홍콩 스팍스인터내셔널에서 14만3750주를 인수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능률교육도 지난 1월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35만3570주를 국내 기관투자가에 처분했다.


유동성 확보와 함께 우호세력 규합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본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또 지방 소주업체인 무학도 자사주 30만714주(1.2%)를 대주주인 최재호씨에게 전량 매각,대주주 지분율을 44.6%에서 45.8%로 높였다.


◆자사주 장내 매입도 줄이어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금액은 모두 4조8392억원에 달했다.


2004년 5조9791억원에 비해 19%가량 줄었지만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거래소측은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2조1119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을 비롯 포스코 1조1061억원,현대차 6602억원,KT&G 1149억원 등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자사주 매수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도 SK㈜가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5121억원을 들여 자사주 900만주(7.0%)를 취득키로 공시한 것을 비롯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우리 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이 40%를 넘은 만큼 거의 모든 상장사들이 외국계 펀드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경영권 안정 움직임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