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韓美) 합작 정유업체인 GS칼텍스가 미국측 대주주인 셰브론과 독자적인 해외진출에 합의했다.


이는 1967년 한국과 미국이 합작법인을 설립한 지 40년 만으로 GS칼텍스의 독자경영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8일 "유전개발과 해외사업진출 등에 대해 주주사인 미국 셰브론과의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그동안 유지하던 연락조정위원회를 폐지하고 연락 등을 담당하던 외국인 직원들이 모두 철수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 결정 등에 있어 한국측의 자율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GS칼텍스는 그러나 셰브론과 GS 간 50 대 50 합작관계는 계속 유지하며 2∼3개월 단위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경영협의를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사업계획 등 주도권 확보


지난 67년 한국의 GS(당시 럭키금성)가 30%,서정기 호남정유 사장 20%,미국 셰브론과 텍사코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합작법인인 칼텍스가 50% 출자해 설립한 GS칼텍스는 출범 당시 모든 경영활동을 한국측과 미국측이 공유했다.


부사장 이하 모든 부서장에는 한국인과 미국측 인사가 1 대 1로 똑같이 맡아왔다.


양측의 공동경영은 합작 20년 만인 1986년 미국측 임직원이 철수하면서 독자경영으로 바뀌었다.


셰브론과 GS칼텍스는 생산 영업 재무 기획 등 부문에서 연락조정위원회를 유지하며 투자 등 주요 결정사항에 대해 꾸준한 협의를 진행했으며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한국측이 자율적으로 맡아왔다.


셰브론과 GS칼텍스는 지난해 새로운 주주계약을 맺으면서 GS측의 독자경영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지금까지 20명이던 이사 수를 9명으로 줄였으며 기존에 있던 연락조정위원회를 없애고 그동안 남아있던 4명의 셰브론측 직원들도 모두 철수했다.


이는 대규모 투자 등에 대한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GS칼텍스의 해외사업도 독자적으로 추진키로 합의했다.


◆신뢰정착과 고유가 환경이 원인


셰브론과 GS의 합작 경영이 이처럼 변화된 데는 양측 간 신뢰 형성이 가장 큰 이유다.


셰브론측은 GS의 경영활동에 신뢰를 나타내면서 20년 만에 대부분 임직원들이 철수했고 또 다른 20년이 지나면서 남은 직원들마저 물러나 아예 모든 경영활동을 한국측에 맡기기로 했다.


합작 당시 셰브론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개발한 유전의 안정적인 공급처가 필요했고 GS칼텍스는 원유의 대부분을 셰브론측으로부터 공급받았다.


1986년부터 저유가와 함께 찾아온 '3저호황'에 힘입어 국내 석유수요가 크게 늘었고 셰브론측으로부터 받는 원유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셰브론 이외에 다른 곳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등 자율성을 높여왔다.


2003년부터는 고유가 환경이 엄습했다.


이때부터는 원유확보가 모든 국가들의 공통과제가 됐고 GS칼텍스도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는 데 주력하게 됐다.


자연히 셰브론과 GS칼텍스 간 협력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GS칼텍스 해외진출 확대될 듯


GS칼텍스의 독자경영이 강화되면서 해외진출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셰브론측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허동수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올해는 유전개발과 중국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 2003년 캄보디아 해상광구 개발에 나서 현재 2기 탐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10월 이사회결의를 통해 러시아의 서캄차카 해상광구에 대한 지분참여를 결정하는 등 석유탐사를 계속키로 했다.


허 회장은 "2010년까지 회사 자체 석유 소비량의 10% 정도를 자급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진출에도 나선다.


GS칼텍스 윤활유나 주유소 사업 등 현지영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계획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