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시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 위치한 쇼핑몰 타임스퀘어 입구에 들어서자 낯익은 음악소리가 발길을 붙잡았다. '겨울연가'의 OST에 삽입된 '처음부터 지금까지'였다. 이곳에서 만난 여대생 노라지아나 카마루자만(22)은 "겨울연가를 본 뒤 촬영지인 춘천에 세번이나 다녀왔다"며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이 말레이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뿐만 아니라 쿠알라룸푸르 시내 대형 쇼핑몰 음반가게마다 한국 드라마 OST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한국 관련 음악 CD와 DVD,한국 연예인의 사진은 불티나게 팔린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도 상한가다. 현재 공중파 민영방송 TV2에서는 드라마 '토지'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전파를 탄 '겨울연가'와 '천국의 계단'은 100여만명 이상의 고정 팬이 생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 '대장금'은 한국 음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드라마 덕분에 김치가 특급 호텔의 뷔페 메뉴에 포함됐다. 한국 식당에는 말레이시아 사람들과 화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기업의 상품도 시장을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2,3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애니콜'은 말레이시아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휴대폰이다. LG전자 PDP TV는 시장점유율 2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의 장석구 상무관은 "요즘 말레이시아 중산층은 LG 전자레인지로 요리해 아침을 먹은 뒤 쏘나타를 타고 현대건설이 만든 다리를 지나 삼성이 건설한 빌딩에서 삼성과 LG 컴퓨터로 일하고 집에 돌아와선 LG나 삼성 TV로 시청한다"고 소개했다.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접하면서 한류가 이제 아시아지역에서 종교와 인종을 떠나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강동균 사회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