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은 실제로 '최저 가격'에 우리를 모시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다. 슈퍼마켓은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상품 진열이나 쇼핑객의 동선에 정교한 트릭을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교묘한 방법이 바로 '가격 혼동'이다. 싸다고 느껴지는 제품을 다시 한번 살펴보라.저렴한 슈퍼마켓은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경제담당 칼럼니스트 팀 하포드의 지적이다. 그는 출근길에 들르는 목 좋은 스타벅스 커피가 왜 비싼지도 알려준다. 이 세계적인 커피 체인의 주인 하워드 슐츠가 그 많은 돈을 가져갈까. 대답은 간단치 않다. 저자는 경제학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19세기 리카도의 이론(농장 사례)을 빌려 21세기 커피 비즈니스의 이면을 설명한다. 대부분이 비싼 임대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높은 임대료가 형성되는 이유는 가격에 둔감한 스타벅스의 고객 때문이라는 것.다시 말하면 '희소성의 힘'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 지음,김명철 옮김,웅진지식하우스)는 커피 한 잔 값부터 중고차 매매의 비밀,그린벨트의 역설까지 우리 일상세계를 쉽게 설명해주는 대중 경제학 입문서다. 리카도의 이론에서 최근의 노벨경제학 수상 이론까지 아우르며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천일야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지난해 아마존닷컴 독자들이 '올해의 최고 대중경제학 도서'로 뽑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희소성의 원칙'이다. 석유가 물보다 비싼 원리처럼 자유시장경제에서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이 '희소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며 얘기를 풀어간다. 예를 들어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왜 그리 비싼가. 1930년대 지정된 그린벨트 때문이다. 런던 도심의 부동산이 교외의 땅보다 가치가 높아서가 아니라 대안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그린벨트가 런던 도심의 부동산을 더욱 희귀한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말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왜 쓸 만한 중고차를 찾기 어려울까? 몸이 아픈 사람일수록 왜 의료보험을 타기 어려운가? 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다. 이는 제3세계 시장에서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것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시장신호'와 '스크리닝'(심사) 등의 정보 불균형 해소방안을 내놓았다. 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많이 나가는 가입자를 '위험 부류' 인물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낮은 혜택을 주는 것 등이다. 그는 한국과 대만이 급성장하고 아프리카 빈국들이 계속 가난한 이유를 '수확체증'과 '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국가 간 무역 발생의 원리를 '비교우위' 이론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교환의 마법'을 활용하라는 지침까지 곁들인다. 마지막 장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와 지나치게 많은 인구,불안정한 사회 등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경이롭게 성장하는 중국의 힘과 그곳으로 몰리는 세계 자본의 흐름을 깊이 있게 짚었다. 350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