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K씨는 1년 사이 부쩍 늘어난 강의 요청 때문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고르고 고른 끝에 그가 매달 맡는 강의는 5∼6건.시간당 강의료가 50만원이므로 보통 두 시간짜리 강의만으로 월 500만원가량을 손에 쥐는 셈이다.


K씨는 "지방은행 등 상대적으로 와인 문화가 덜 보급된 지역의 기업체,공공기관,대학 등에서 강의 요청이 많아진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와인교육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와인 문화의 대중화가 확산되면서 와인의 이모저모에 대해 배우려는 사람은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강사진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전문 강사의 인력 풀(pool)은 고작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K씨의 사례에서 보듯 와인 전문 강사들의 몸값은 '금값'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특급 강사'의 시간당 강의료는 100만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경력 2년 미만의 '초보 강사'라도 관련 학위가 있으면 15만∼30만원의 시간당 강의료를 받는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는 "강사진은 특급 호텔에서 소믈리에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사람,와인 수입업체 임원급 인사,와인 칼럼니스트,해외 자격증 소지자 등 네 부류로 나뉜다"며 "요즘 이들만큼 주가를 올리는 전문직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와인교육에 대한 수요는 매년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와인전문 교육기관인 와인나라 아카데미가 요청받은 외부 강의 건수는 사업 시작 첫해였던 2002년 18건에서 지난해 85건으로 늘어났다.


4년간 총 수강인원이 9000여명에 달한다.


와인나라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기업체뿐만 아니라 금융권 PB(private banking)팀,KOTRA 등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수요처가 다양하다"며 "몇몇 중견업체 CEO들은 1 대 1 강의를 요청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와인 전문가에 도전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추세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 소재 대학으로 국가 공인 소믈리에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CAFA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인 유학생이 처음으로 입학한 이래 지난해 신규 유학생은 13명으로 급증했다.


CAFA를 졸업한 학생 중 두 명이 작년 프랑스 공인 소믈리에 자격 시험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합격하기도 했다.


올 3월 첫 강의를 예정으로 개설된 건국대 산업대학원 와인학 석사과정에는 정원 17명에 30∼40명의 응시자들이 몰렸다.


김형주 교수는 "호텔관광경영학이나 식품영양학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문의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철형 대표는 "올초 미국에서 유전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 한국의 와인 시장 가능성에 대해 물으며 전공을 와인 쪽으로 변경해도 좋을지 의견을 구해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강사 부족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혁 포도플라자 관장은 "소믈리에협회가 세 곳 있지만 국가 공인을 받은 곳은 한 군데도 없을 정도로 전문가를 양성할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프랑스 '오틀리에'와 같은 서비스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