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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하석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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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살기 어렵던 시절 참 많이 듣던 얘기다. 하석상대(下石上臺)라는 건데 윗돌 빼서 아랫돌 받친다고 상석하대(上石下臺),위 아래 바꿔 막는다고 상하탱석(上下撑石)이라고도 한다. 도리 없어 하는 임시변통이지만 그렇게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출산율이 낮아 큰일 났다며 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보조금을 주고 육아시설을 늘리고 심지어 아이가 셋 이상이면 아파트 청약 우선권을 주겠다고 한다. 출산장려 등을 위한 재원 확보책으로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비과세 저축 축소,학원비에 부가가치세 부과 등의 방안도 내놨다. 출산율은 오를 기미를 안보이고,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인기는 자꾸 떨어지니 급한 마음이야 백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출산비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이 늦으니 출산 또한 늦어지는데 양육비는 엄청나고 직장은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니 애 낳을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뿐인가. 여성이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아이를 떼어놓고 다니자면 마음은 늘 불안하고,보육비는 얼만지 계산조차 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맞벌이 부부라고 건강보험료는 이중으로 떼이고 배우자 소득공제도 못받는다. 이런 판에 소수자 공제를 없애 맞벌이세를 물리면서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출산율을 높인다는 발상은 '하석상대'로 보기에도 터무니없다. 아파트 우선청약권도 그렇다. 분양권에 기댈 정도면 셋은커녕 하나 키우기도 쉽지 않다. 분양권을 특혜로 보는 건 집값이 오른다는 건데 그러면서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 말라'는 건 또 뭔가.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서 쓸 수는 없다. '표' 때문에 하석상대식 미봉책에 급급해서는 출산 장려도 사회안전망 구축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보다는 법과 제도에 상관없이 저임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여성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결혼해서 아이 낳고도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먼저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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