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철수연구소 김철수 대표 "보안 투자는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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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정보보호 대책에 소극적인 것은 IT투자 대비 정보보호 예산비율을 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정보화 예산은 1998년 7150억원에서 2005년 현재 2조700억원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정보보호 예산은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별도 항목으로 편성하지 않아 수치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국가정보원이 발행한 국가정보보호백서에서 2005년 정보화 예산 중 5%가량이 정보보호 분야에 투입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이 역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면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의 정보보호 관련 예산이 정보화 예산의 8~10%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의 정보보호 예산 편성은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2004년 자료에는 2006년에 104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돼 있으나 2005년 자료에는 945억원으로 100억원(9.7%)가량 줄어들었다.
심지어 2007년 투자 계획은 2004년 1722억원에서 2005년 1002억원으로 41.8%나 줄어들었다.
책정한 예산이 적으니 보안 시스템 구축 때 비정상적인 저가 발주를 하게 되고,이는 보안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그 결과 많은 보안 업체들이 내부적으로 인력 감축 및 사업 축소 등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외부 환경에 의해 경영권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제 국내 정보보호 시장은 보호 장벽이 존재하는 특수한 환경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장벽 없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는 냉정한 현실에 놓여 있다.
국산 업체라고 해도 지원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보안을 중시해야 할 중요 공공기관에도 외국 제품이 공급되는 일이 적지 않다.
또한 글로벌 보안업체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업체,IT 서비스 업체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보안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에서 굳건하게 성장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급변하는 외부 환경을 분석,예측해 시의적절한 대책과 전략을 세우고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 신속하게 대응해나가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경쟁력 있는 선도 업체들에 우수한 인력과 기술 등의 자원이 집중된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해외 사업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과 틈새 시장을 찾는 노력을 통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주요 선두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2004년도 정보보호산업의 수출은 약 3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3년 대비 약 18% 성장한 수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인터넷 환경을 포함한 IT 인프라가 우수해 국내 보안 업체들이 기가비트급 네트워크 보안 장비,온라인 보안 서비스,모바일 보안 솔루션,온라인 게임 보안 솔루션 등 실험적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업체들은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를 통한 장기적 품질 및 유지보수의 지속성,재무 건전성을 확보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제품 현지화를 위한 체계 정비 등의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업체들의 노력에 정보보호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국내 정보보호 업체와 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