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펀드들의 신경향과 경영권 방어전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계 펀드인 칼 아이칸의 KT&G에 대한 경영참여 요구를 계기로 글로벌 펀드의 새로운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투자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대안투자로 그동안 기피해 왔던 위험자산을 적극 매수하고 있다.
개도국 펀드와 광업주 펀드를 비롯해 골동품,예술품에 투자하고 심지어는 북한 채권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투자원금에 대비한 총투자 가능금액인 레버리지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변화다.
중장기 펀드로 알려졌던 뮤추얼 펀드까지 운용기간이 짧아지고 레버리지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대부분 펀드의 투기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또 투자대상과의 관계도 '수동적'에서 '능동적' 지위로 바뀌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종전에는 투자해 놓고 수익을 기다렸으나 최근에는 투자이익이 기대되는 투자대상을 매입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연스럽게 투기펀드의 벌처펀드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에 속한 회생 가능한 기업을 매수해 예정된 수순에 따라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다시 매각하는 투자패턴이 보편화된 상태다.
동시에 우호적 인수합병(M&A)과 적대적 M&A 사이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요즘 들어 이뤄지는 M&A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지분을 늘려나가는 적대적 M&A 성격이 강한 기업사냥꾼을 지향한다.
기업사냥꾼을 지향하는 글로벌 펀드가 가장 선호하는 먹잇감은 △외국인 지분이 높지만 대주주 지분이 낮은 기업 △경영진 능력이 부족하거나 기업지배구조가 약한 기업 △자산가치가 주가에 저평가된 기업 △청산가치가 높은 기업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 순이다.
대부분 우리 공기업과 우량기업이 이에 해당된다.
우려되는 것은 글로벌 펀드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국내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출자총액제한,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 역차별로 방어를 어렵게 하고 현재 정부의 태도를 감안하면 쉽게 개선될 여지도 적어 보인다.
그런 만큼 국내기업은 정부와 제도를 탓하기에 앞서 당장 코앞에 닥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가장 먼저 취해야 할 것은 자사의 지분성격과 변동상황을 파악해 놓아야 한다.
평소부터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해 놓거나 현 경영진에 대해 주주의 신임을 얻는 것은 필수적이다.
만약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기업은 곧바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한다.
손쉬운 방안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우호적인 제3자 주주의 도움을 받아 경영권을 유지하는 백기사 전략이다.
경영권 방어에 위협을 느끼는 기업이 오히려 공격하는 기업의 경영권 확보에 나서는 역공개 매수전략도 있다.
주가를 끌어올려 경영권 공격에 나서는 고주가 전략이나 경영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주식을 되사주는 그린 메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전략이다.
반면 일부러 기업가치를 떨어뜨려 경영권을 방어하는 소극적인 전략도 있다.
우선주를 상환해 막대한 현금유출을 발생시키거나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시켜 방어측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사냥꾼이 노리는 핵심사업을 포기하거나 퇴직한 경영진에게 비용을 지급해 경영권 간섭을 사전에 차단하는 황금알 전략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