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가난한 시골, 감세로 부자도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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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작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율을 내리고 또 내려 부자 동네로 탈바꿈하고 있다. 독일의 테니스 영웅 보리스 베커 같은 유명 인사들이 이사를 가는가 하면 다른 유럽 기업들도 이곳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스위스 중부에 있는 슈비츠 칸톤(canton·州). 이곳은 12일(현지시간) 주민투표를 통해 자산과 주식 배당금에 대한 세율을 내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위스는 26개 칸톤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세율을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가난했던 슈비츠는 잇따른 세율 인하로 10만명에도 못 미쳤던 인구가 13만명으로 늘고 기업 수도 3배로 증가했다. 잘 살기로 치면 26개 칸톤 중 7번째로 올라서 '세금 천국'이 부자 칸톤을 만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인근 추크 칸톤도 세율 인하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추크 칸톤은 개인과 기업의 평균 소득세율을 전국 최저 수준인 6.7%로 낮췄다. 26개 칸톤의 평균 세율인 1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테니스 스타 베커가 이사했고 자동차경주 선수 슈마허를 비롯해 유럽의 부자 수천명이 자국의 높은 세금을 피해 추크로 몰려들었다. 그러다 보니 인구 10만3000명 가운데 5분의 1이 외국인이다. 과거 가장 가난한 농촌이었던 추크는 26개 칸톤 중 가장 부자가 됐다.
슈비츠 바로 밑에 있는 오프발덴 칸톤은 슈비츠와 추크의 화려한 변신에 몸이 달아 지난 1월부터 소득세율을 평균 6.6%로 대폭 낮추고 재산세도 종전보다 30% 이상 삭감했다. 특히 소득이 연간 30만 스위스프랑이 넘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은 1~2.35%로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인구가 3만명에 불과한 오프발덴은 세율 인하로 갑부와 세계적인 기업들이 몰려와 재정이 튼튼한 주가 되길 고대하고 있다.
스위스 언론들은 기업과 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지자체들의 '세금 깎아주기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위지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이 지난해 말 26개 칸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소한 18개 칸톤이 세금 인하를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스위스 지자체들의 감세 조치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어 향후 이들 지자체의 감세 경쟁에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EU는 감세 조치가 지난 1972년 스위스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 저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