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주시해야 할 외국인의 기업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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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를 공격하고 있는 칼 아이칸이 사외이사 선임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을 선언함으로써 올해 주총시즌의 최대 이슈로 부각(浮刻)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투기펀드 등 외국자본이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지분 5% 이상을 취득한 건수가 모두 2513건으로 3년 만에 3배로 늘어났고,이들이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중인 곳만 모두 109개사에 이른다고 한다.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공격이 일상화되면서 우량기업의 경영권까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걱정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앞으로 외국자본의 진출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고, 또 이들의 국내 기업 지분매집이나 경영참여에 과민반응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외국자본들이 그만큼 우리 기업의 성장성을 좋게 평가한다는 얘기이고,KT&G가 공격 대상이 된 것도 민영화 이후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의 경영참여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나 투명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외국자본의 움직임을 그런 측면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 SK를 공격한 소버린의 사례가 말해주듯,겉으로는 경영참여를 내세웠지만 결국 단기 주가급등을 통한 차익실현,고수익 자산의 매각이나 고배당 요구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빠져나가는 전략으로 국내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외국 투기자본들의 공격과 무리한 요구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우리 기업들이 아무런 방어수단을 갖지 못함으로써 막대한 자원만 낭비하는 양상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KT&G뿐 아니라 포스코 국민은행 KT 삼성전자 등 대표적인 국민기업들까지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막대한 경영권 방어비용 지출이 기업의 투자여력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무엇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국내 우량기업 지배구조의 불확실성(不確實性)을 해소해 안정적 경영이 가능토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출자총액제한과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제도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역차별적인 규제도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