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5.31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내각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선거에 꼭 필요한 장관들을 광역단체장 후보로 대거 투입키로 하고 이들의 '징발'을 위해 본격적인 물밑접촉에 나선 것이다.지지율에서 한나라당에 크게 밀리는 불리한 정치지형을 인물선거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권이 장관들의 '출마'에 매달리는 것은 이들이 경쟁력을 갖춘 데다 현역 의원이 아닌 만큼 의원직 사퇴와 이에 따른 보궐선거 및 의석 수 감소라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점차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여권 내부에서 '출전선수'로 가닥이 잡힌 사람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재용 환경부 장관,오영교 행자부 장관,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등 현직 장관 4명 정도다. 강금실 전 장관은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권 도전에 나선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측은 최근 잇단 비공식 접촉을 가진 뒤 강 전 장관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강 전 장관은 아직까지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자신이 혼자 맡아온 법무법인 대표를 동료 변호사와 공동으로 맡는 쪽으로 정리한 것이 지방선거 출마와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서울시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진대제 장관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부에선 경기지사 후보로 교통정리되는 분위기다. 그간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경기지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최근 불출마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가 출마하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지난 보궐선거에서 전패를 당했던 여당으로선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장관 재직 3년으로 '장수장관'인 진 장관의 경우 금배지와 무관한 데다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경기지사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진 장관은 최근 김근태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았다. 오거돈 장관은 부산시장 후보로,이재용 환경부 장관은 대구시장 후보로 여권 내부에선 일찌감치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장관직에 오를 때부터 지방선거를 위한 커리어 관리(경력쌓기)라는 얘기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여당 관계자들은 두 사람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오영교 행자부 장관은 충남지사 후보로 유력하다. 이 장관과 오 장관은 "출마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방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여권의 압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경북지사)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광주시장)도 '징발대상'이지만 추 장관은 주변의 만류,정 장관은 의원직 사퇴와 보궐선거 부담 문제가 각각 변수로 남아 있다는 전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18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대로 출마시킬 현역 장관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