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8대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각국의 정치 문화 경제 이데올로기적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 후보의 선출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특정 후보를 비토하면 선출될 수 없다는 점에서 돌발변수가 많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는 점,한국이 강대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분단국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박수길 전 유엔 대사는 "지난 1년 사이 한국에 우호적인 환경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프리미엄,개인적 호평 우선 반 장관이 아시아 출신이라는 것이 프리미엄이다. 강제력은 없으나 유엔에는 사무총장을 대륙 순환제로 뽑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 1945년 유엔이 창설된 이래 초기에는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3대 사무총장부터는 아시아-유럽-미주-아프리카 출신이 차례로 맡았다. 이번에는 아시아가 사무총장을 낼 차례다. 이 때문에 수라키아트 사티라타이 태국 부총리와 스리랑카 출신의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군축연구소 소장 등 두 아시아 출신 후보가 반 장관에 앞서 자신있게 출사표를 던졌다. 수라키아트 후보의 경우 1년 전 선거 운동을 시작,아세안 10개 회원국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반면 태국 현지 여론이 양분돼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아세안이 싱가포르의 고촉통 전 총리를 대타로 내세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나팔라 후보는 풍부한 유엔 경험을 갖췄으나 미국이 유엔 사무국을 개혁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이런 경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반 장관은 개인적 약점이 없고 인품과 성실성으로 국제 사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강력한 경쟁 후보를 낸 태국의 와신 티라베치안 주한 대사도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특수성에 대한 양론 최대 변수는 중국과 미국의 상호 견제다. 중국은 아시아 출신이 사무 총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이 미국의 군사 동맹이라는 이유로 반 장관 대신 다른 아시아 출신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유럽 등 타지역 출신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은 "적임자가 따로 있다면 굳이 대륙 순환제를 따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남북 군사대치 속에 정세가 불안하다는 점도 한국 후보의 약점이다.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의 입장을 공평하게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우선 생각해야 하는 한국 후보가 적합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사는 "처음에는 한국이 불리하지 않나 생각했지만 (국제 여론 타진 결과) 분단 상황에서 10대 경제 대국이자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함으로써 '위기 관리에 탁월하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2월 최종 결정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헌장 97조에 의거,안전보장이사회가 추천하면 총회에서 임명된다. 추천은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이 비공개 투표를 통해 함께 한다. 하지만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거부하면 임명될 수 없다. 비공개 투표는 이르면 6월 전후,늦어도 9~10월 사이에 진행된다. 최종 확정되는 것은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올 12월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