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가 조작 사건으로 지난달 31일 73억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됐던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가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이에 따라 해외 투기자본의 위법 행위가 사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헤르메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이정호 판사는 약식기소된 헤르메스 사건을 13일 형사합의부에 재배당,정식 재판에 회부했다고 14일 밝혔다. 약식기소 사건의 경우 피고인측이 정식 재판을 요청하는 게 일반적인 데 비해 이번 사건은 재판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는 점에서 법원이 이 사건을 중요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판사는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인 데다 벌금액도 많아 정식 재판을 통해 법적인 쟁점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클레멘츠 전 헤르메스 펀드매니저는 2003년 11월 삼성물산 주식 777만2000주를 매입하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M&A설을 흘린 뒤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73억원의 이득을 얻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증권거래법상 양벌 규정에 따라 헤르메스를 벌금 73억원에 약식기소한 바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