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성큼 느껴지는 겨울철의 끝자락.어디론가 떠나 따스함을 앞당겨 만끽하려는 욕구가 꿈틀댄다.


틀에 박힌 일상을 떠나 자신을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시키는 데는 여행 만한 것이 없는 법.한동안 추위에 떨었다면 이제 기지개를 크게 켜고 여행 보따리를 챙겨 보자.




전국이 등불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는 '가까운 이웃' 대만은 어떨까.


대만에선 음력 정월 대보름인 1월15일(양력 2월12일)로부터 2주일 정도 전국이 환상과 낭만,꿈이 가득한 등불의 향연으로 넘실댄다.


대만 최대의 남부도시 가오슝에서 2001년 시작된 등불 축제는 이제 대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중 행사로 자리 잡았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새해의 복을 빌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축제다.


'국내용 이벤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들의 발길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등불 축제를 대규모 국제 행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대만 당국의 야심이다.



타이베이에서 비행기로 40분 정도 거리인 '등불축제의 조' 가오슝에 들러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가오슝을 관통하는 '러브 리버' 변도 걸어 보라.등불들의 현란함 속에 느껴지는 고요함이 속세를 벗어난 듯한 안온함을 안겨 준다.


하지만 오는 28일 막을 내리는 가오슝 등불 축제 때문에 무리하게 여행 일정을 잡을 필요는 없다.


등불 축제를 놓쳐도 가오슝에 볼거리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


1967년 성운 대사에 의해 세워진 불광산사는 대만 불교의 총 본산지이다.


30만평 규모,스님만 1300여명,40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대강당이라면 불광산사의 웅장함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사찰의 웅장함에 비해 사찰 특유의 엄숙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불광 랜드'로 표현한 것처럼 사찰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에버랜드를 연상시킨다.




토·일요일에는 원주민 등의 복장을 한 공연단(?)이 퍼레이드도 한다.


이 불광산은 산 전체가 사원,집회장,정원 등으로 구성된 초대형 불교문화 단지다.


불교 인구가 가장 많은 대만에는 타이난에 있는 사원만도 300개를 넘는다.


스님들의 환한 미소가 찌든 마음 속의 때를 씻어내는 듯하다.


가오슝 최대의 '대만판 남대문'인 리우허(六合) 야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육합 시장을 제대로 관광하려면 저녁을 안 먹고 이곳을 찾는 게 요령이다.


그래야 대만 특유의 간식 거리인 수프 해산물 국수 등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이 시장엔 도마뱀 귀뚜라미 천산갑 등 평소에 보기 드문 것들이 즐비하다.


가격 흥정이 가능하지만 '할인율'은 관광객 수완에 달렸다.


모처럼 찾은 대만에서 가오슝만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대만 최대 도시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타이베이로 여행지를 옮겨 보자.


고층 빌딩,현대식 백화점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번화한 도시이지만 서울보다 화려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그보다는 열대성 가로수와 눈에 자주 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좀 이국적인 냄새를 풍겨낸다.


쇼핑에 관심 있는 관광객이라면 '대만의 명동'으로 불리는 시먼딩(西門町)이 제격이다.


타이베이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보행자 거리로서 완녠,라이라이,청핀 등 대형 백화점은 물론 거리엔 의류 신발 잡화 음반 등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국수 한 그릇을 서서 먹기 위해 10m 이상 줄 선 모습이 이채롭다.


영화관 노래방 등 휴식 공간과 위락 시설이 한데 어우러져 휴일이면 젊은이들이 시먼딩 거리를 가득 메운다.


전반적으로 대만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


타이베이의 사림 야시장은 가오슝의 육합 야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타이베이에서 '고전의 향기'에 빠지고 싶으면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국립 고궁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현란한 색상으로 건립된 건물이 이채롭고 진기한 전시품들이 방문객들을 매료시킨다.


조각 기법이 영원히 미스터리여서 '불가사의 조각'이라고 불리는 청나라 시대 조각품,궁녀들이 손에 물을 적시지 않고 세수했다는 청동 세숫대야,올리버 씨 한 개로 내부까지 세밀히 묘사한 배,각종 옥제품 등 70만점이 넘는 전시품들을 보면 중국 5000년의 역사가 한눈에 보이는 듯하다.


장개석을 기념해 만들어진 중정기념관은 대만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우아한 명나라식 아치로 만든 정문부터가 색다르며 양측에 세워진 고전적 건물은 국립극장과 콘서트홀이다.


두 건물 사이의 광장은 주요 축제일 때 모임의 장소가 된다.


타이베이 등불 축제의 하이라이트도 이곳에서 열렸다.


대만에서 가장 높은 '타이베이 101빌딩' 전망대에 서면 타이베이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의 세계 최고 기록은 건물 높이가 아닌 '엘리베이터 속도'가 보유하고 있다.


기네스 북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인정받고 있으며 무려 분속 1000m다.


5층 매표소에서 89층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데 37초면 된다.


속도감에 아찔함을 느끼지만 그것도 순간이다.


대만의 음식은 각 문화가 어우러진 만큼이나 다양하다.


한마디로 '퓨전 요리'의 집결지다.


전반적으로 북쪽 지역은 육류를 선호하고 남쪽은 해산물이 풍부하다.


건강에 좋다는 양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도 많지만 가격이 약간 비싸다.


빠듯한 일정으로 지친 몸은 온천으로 풀어라.대만의 온천은 일본만큼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지인들은 시설은 부족해도 수질만큼은 일본 온천보다 좋다고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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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고속, 대만 등불축제와 온천여행 안내 ]


대만의 교통은 비교적 잘 정리된 편이어서 사전에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면 별 탈 없이 혼자서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중화항공을 비롯한 7개 항공사가 대만 내 주요 도시를 연결해 준다.


비행기는 주로 타이베이와 가오슝을 왕래할 때 이용한다.


비행 시간은 40분 정도. 소지품 검사 등을 감안해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게 좋다.


철도는 대부분 남북으로 뻗어 있는 산맥으로 인해 해안선을 따라 놓여 있으며 동서 간 이동은 주로 버스를 이용한다.


주요 도시들을 운행하는 중·장거리 버스는 차내 설비에 따라 등급과 요금이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비싸지는 않은 편이다.


택시의 기본 요금은 70대만달러(1.65km에 2300원 정도)이며 그 이후 350m당 5대만달러가 추가된다.


미터기를 사용해 요금 시비는 거의 없다.


대만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교통 수단은 오토바이이지만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주로 볼거리의 대상이다.


중앙고속(02-720-3098)은 대만 여행을 안내한다.


등불 축제와 온천욕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직장인 주말 여행이나 효도 상품으로 알맞다.


4일 일정으로 매주 목요일 출발한다.


등불축제 참가,화리엔 관광,온천욕 등을 포함해 1인당 65만5000원.대만관광청 서울사무소 (02)732-2357.


타이베이=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