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부로' 김인식 회장 "한경보도가 회사 살린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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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가공전문업체 체리부로가 2년 전 '조류인플루엔자(AI) 악몽'을 딛고 경영정상화에 나선다.
체리부로는 18일 청주지방법원에서 "더이상 법원의 관리가 필요없다"는 화의졸업을 선고받는다.
화의는 경영권을 완전 박탈하는 법정관리와 달리 경영진을 인정한 상태에서 기업을 회생시키는 제도.
이 회사 김인식 회장(65)은 화의졸업이 결정된 지난 14일 한경에 전화를 걸어왔다.
김 회장은 "졸업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드리고 싶어 전화했다"며 "도와주신 덕분에 나와 가족 회사가 오늘 같은 기쁜 날을 맞을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회장이 AI 문제로 한경과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인 2004년 2월18일.
당시 김 회장과 체리부로는 충북 음성과 진천 일대를 강타한 AI로 부도위기로 내몰렸다.
피해 확산을 막으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애지중지 기르던 15만여 마리의 닭과 병아리,110만개의 종란(부화용 알)을 땅에 묻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닭고기 소비가 급감했고 은행이 대출 회수를 종용했다.
김 회장은 담당자를 찾아다니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애원했다.
조류독감만 벗어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노기업인에게 돌아온 것은 냉대뿐이었다.
닭고기 납품가격경쟁이 심했던 당시에 두 가지 악재가 겹치자 김 회장은 손을 놓아버렸다.
바로 그때 인연이 닿았다.
재앙이 휘몰아치고 있는 와중에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한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업체를 수소문하다 김 회장을 만났다.
"AI보다도 은행이 더 무서웠다"는 김 회장의 사연이 2004년 2월 20일자 1면 머릿기사로 실렸다.
김 회장은 "병아리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은행이 대출회수와 구매자금 지원 중단에만 급급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김 회장은 "이 기사가 채권자들을 움직여 화의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 2년간 체리부로는 건실한 회사로 변했다.
자본완전잠식 상태였던 회사는 부채비율 88.6%에 불과한 우량 닭고기 가공업체로 부화했다.
부채는 490억원에서 22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매출은 1100억원,당기순이익은 11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양계 규모도 닭 500만마리,병아리 250만마리,종란 250만개로 커졌다.
2년 전보다 2배가량 많다.
1개뿐인 공장 가공라인을 늘리기 위해 2개 첨단라인을 증축 중이다.
김 회장은 "한번 휘청거리고 나니 외형보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게 됐고 은행 빚은 안쓰게 됐다"면서 "당시 지고 있던 은행 빚도 이젠 다 갚았다"고 기뻐했다.
노기업인은 "지금 병아리를 이렇게 보고 있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