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싸울아비장검'이라는 무기(아이템)는 14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가상의 칼 하나가 승용차 한 대 값이라는 얘기죠."


온라인 게임의 태동기인 1997년부터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10년 동안 안해 본 게임이 없다는 리니지 성주(城主) K씨는 '한국 온라인 게임은 아이템 거래로 돈 버는 장소'라고 표현했다.


그를 만나 아이템 거래의 문제점과 한국 온라인 게임의 실태에 대해 들어 봤다.


◆명의 도용


-17일까지 리니지에서 발생한 명의도용 신고 건수가 13만7000건을 넘어섰다.


어떻게 보나.


"13만건이라고 발표가 나오지만 빙산의 일각이다.


몇백만 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리니지와 같은 MMORPG를 하는 헤비 유저들은 한두 번씩 명의 도용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은 주민등록번호가 곧 돈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알다시피 리니지에선 캐릭터의 능력치마다 아이템을 다른 것을 써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게임 내에서 이걸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게임에선 아이템 능력치에 따라 캐릭터의 운명이 결정되는데 능력치가 높은 아이템은 늘 희소하다.


능력치가 높은 아이템을 정상적으로 만들려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하면서 계속 이겨 나가야 하는데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


현금 거래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돈을 주고서라도 능력치가 높은 아이템을 사기 시작하는 것이다."


-명의 도용을 왜 하나.


"돈을 주고 아이템을 하나둘씩 사다가 아예 온갖 무기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통째로 사면서부터 명의 도용이 시작됐다.


처음엔 아름아름 다른 사람의 높은 레벨 캐릭터를 돈을 주고 샀다.


그런데 이 같은 개인거래 시장이 커지자 기업화하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힘센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만들어내는 대규모 작업장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이들 작업장은 수많은 아이템과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계정이 필요해졌다.


계정은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이 도용의 시작이 됐다."


-어디서 유출되나.


"보안이 허술한 개인 사이트,카페 등에서 제일 많이 유출된다.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주민번호 치고 그러면 바로 명의 도용된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이런 문제를 정부나 회사 쪽이 모를 리 없다.


당연히 안다.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현재로선 못하게 막으면 게임 이용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니 업체는 알면서도 방조하는 것이다.


정부는 업체의 입장을 생각해 치명적인 범죄가 벌어졌을 때만 움직인다."


◆100만원짜리 아이템 수두룩


-캐릭터를 팔면 얼마나 돈이 되나.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캐릭터의 경우 현금으로 팔면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많다.


명의를 도용해 이런 캐릭터를 많이 팔수록 이익이 되니까 대규모 작업장을 조성해 만드는 거다.


작업장이 중국에만 있는 줄 아는데 아니다.


작업장은 한국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한국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 작업장은 2004년부터 한국에서 사람들이 건너가 개설한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에선 한 달에 20만원만 주면 하루종일 앉아서 아이템만 생성하는 젊은 작업장 알바를 고용할 수 있다.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인건비다.


처음엔 한국 사람들이 연변으로 많이 넘어갔고 여기서 조선족들이 수법을 배워 베이징과 상하이로 진출했다.


한국인 둘이 각각 중국과 한국에 포진하고 중간에 조선족을 끼워서 중국인을 대거 고용하는 국제적인 조직도 흔하다."


-작업장 운영은.


"한국 돈 500만원이면 34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빌린다.


여기에 PC 100대를 놓고 중국인 200명을 고용한다.


2교대로 24시간 도용한 명의로 각각 다른 캐릭터를 키워서 팔면 한 달에 1억∼1억5000만원은 벌 수 있다.


인건비로 4000만원이 나가고도 순수익만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빠진다."


-명의 도용을 막을 방법은.


"명의 도용의 원인인 게임 아이템 거래를 막아야 한다.


이게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서비스를 아예 중단해야 한다.


또는 아이템을 모두가 동일하게 가지게끔 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는 정상적인 경우 게임에 가입해서 1단계부터 싸워 이겨야 레벨이 올라간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


그렇다고 센 아이템을 당장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희소성이 있다는 말은 그 뜻이다.


그런데 동일하게 다 주면 게임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한번 중독되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