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의 도입으로 금융회사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개발하게 되고 업무영역 간 칸막이가 없어지면 금융사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틀 자체가 바뀌는 금융 산업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선 금융사 간 짝짓기를 통한 몸집불리기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소업체가 난립한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벌써부터 44개 증권사와 38개 자산운용사,그리고 12개 선물회사 등이 장기적으로 4∼5개의 종합금융투자회사와 전문적인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중소업체로 양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별도의 증권회사를 두지 않고 금융업을 영위해 온 국민은행이 투자금융업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 자회사를 둘 가능성도 커졌다.




◆증권업계 지각변동


증권업계는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본금 확충 등 몸집불리기를 추진해왔다.


매매중개 업무 위주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자기돈을 직접 투입해 고수익을 내는 투자은행(IB)업무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현대증권 김지완 사장은 "지금의 자본금 규모로는 IB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금융투자사로 전환하기 위해 자본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략 10여 개의 증권사들이 증권업무와 자산운용업 선물업 신탁업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투자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본금 규모가 크거나 은행 보험 등 금융관계사를 갖고 있는 우리투자 삼성 대우 대신 현대 한국투자 굿모닝신한 미래에셋 동양종금 한화 하나증권 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이들이 경쟁을 통해 대형 금융투자사로 발전해나가고 다른 소형 증권사 또는 자산운용업체들은 전문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금융투자사들의 대형화 및 전문화는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 등 2단계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형 금융투자사를 지향하는 업체들은 우선 업무영역 확대를 위해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을 인수·합병하고 이후 대형 금융투자사 간 인수합병을 거쳐 4∼5개의 대형 금융투자사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려운 중소형 자산운용사나 선물회사는 특화 상품 쪽에 주력해야 한다.


◆은행·보험도 투자금융업 강화


증권 선물 자산운용업을 금융투자회사가 모두 영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향후 국내 금융산업은 금융투자사 은행 보험 등 3대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 보험사 등도 자회사 등을 통해 금융투자업에 진출하거나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직접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은행 등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은행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금융투자사를 둘 가능성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초대형 금융회사의 출현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을 통해 은행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로 건전성을 높일 수 있고 보험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함으로써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완·고경봉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