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부터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의 인증 여부를 대졸 신입사원 모집에 적극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아직 인증을 받지 못한 전국 공과대학에 일제히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전국 202개 4년제 대학 중 공대 관련 학과는 140여개 대학의 총 2304개(2005년 말 기준).이 가운데 인증을 받은 학과는 전체의 5.6%인 130개 학과에 불과하고 올해 인증예정인 학과도 54개 학과에 그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공학계열 학과가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대학가에 인증 바람 불 듯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ABEEK 인증대학 졸업생들에게는 총 면접점수의 10%를 가산점으로 주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증대학 출신은 필기시험을 통과할 경우 무조건 합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비(非)인증 대학 졸업생은 커다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가산점 제도를 들고 나온 이유는 지난해까지 인증을 받은 곳이 14개 대학 130개 학과에 불과해 이들 대학의 졸업생들이 올해와 내년 2월 졸업예정자를 포함해 1200여명선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 해 채용인원 5000명 선에 크게 모자라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북대 등의 주요 대학들이 대거 인증을 신청,내년 이후엔 대학가의 분위기가 확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한유식 인증 과장은 "대학 간 경쟁이 심해지고 학생들의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인증을 신청하는 대학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증 받으려면


ABEEK는 인증에 필요한 8가지 기준(KEC2005)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학생 △프로그램 교육목표 △프로그램 학습성과 및 평가 △교과과정 및 교육요소 △교수진 △교육환경 △교육개선 △전공분야별 기준 등이다.


인증을 희망하는 대학이 이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인증 단위는 공과대학 내 개별학과다.


따라서 같은 대학 내에서 인증을 받은 학과와 받지 못한 학과가 동시에 나올 수도 있다.


일단 인증을 받으면 5년간 유효하지만 일부 항목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2년의 한시적인 인증을 받을 수도 있다.


인증을 신청했다가 실패하면 향후 5년간 인증 재신청이 제한된다.


인증기준인 '학생'의 경우 대학이 교육프로그램의 목표에 부합되도록 학생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상담하고 관찰하느냐 여부를 따지게 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졸업 후 나아갈 길을 도와주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느냐도 평가 요소다.


가장 중요한 기준인 '프로그램 학습성과 및 평가'에서는 복합학제적 팀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능력,공학적 문제들을 공식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평생 학습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자율학습능력 등이 중시된다.


이는 기업들이 대학에 요구하고 있는 핵심적인 실무능력이다.


KEC2005는 이와 함께 설계과목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인증을 원하는 대학은 설계과목에 최소 16학점을 비롯 전공이론과 설계·실험에 총 62학점 이상을 배정해야 한다.


이는 평균 졸업학점 130학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산업계 수요에 부응할 전공 및 실무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