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BEEK의 인증 여부를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반영키로 한 것은 기업이 원하는 '맞춤식 교육'을 대학에 강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한 수석 엔지니어는 "신입 엔지니어를 받으면 즐겁기보다는 부담이 앞설 때가 많다"며 "대학 교육이 현장의 수요와 동떨어져 있어 처음부터 모든 걸 가르쳐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표준화되지 않은 교육 과정과 △입사자에 따라 설계능력이 천양지차인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전국의 공과대학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ABEEK의 인증과 신입사원 모집을 연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인사전략이 다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신입사원 채용방식이 조만간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우선 대표이사가 ABEEK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포스코 LG화학 SK텔레콤 현대건설 등이 삼성전자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부터 ABEEK 인증대학 졸업자에 대한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대학에 공학인증을 요구하고 나선 또다른 이유는 '워싱턴 어코드' 정회원국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할 경우 회사 내 수만명의 엔지니어들을 국제적 수준으로 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 어코드는 국제공학인증기구로 미국 공학인증원(ABET)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과 홍콩은 '워싱턴 어코드'의 정회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겨우 준회원으로 가입했다.


비(非)정회원 국가의 엔지니어는 미국을 비롯한 타국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도쿄대 공대 출신은 미국의 기술사 자격증을 딸 수 있지만 서울대 공대를 나온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과대학교육 시스템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어렵게 양성한 엔지니어들이 자칫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가 오는 2008년 정회원에 도전하려면 인증대학의 숫자를 늘리고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