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과열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들이 경쟁을 하면 금융소비자들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은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등 결국 은행이나 소비자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최근 은행권의 급여통장 유치 경쟁에 대해 "은행의 수수료 수익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최근 급여이체 계좌 또는 주거래 고객에게 수수료를 인하 또는 감면하는 등 가격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급여계좌 유치 경쟁이 수수료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 연구위원은 은행 간 급여통장 유치경쟁은 증권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자본시장통합법과 맞물려 장기화될 소지가 큰 것으로 예측했다. 국민 우리 신한 등 대형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전자금융 수수료 면제,예금·대출금리 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며 급여통장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행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중소기업 대출 분야에서는 이미 출혈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은행의 강권석 행장은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은행권의 중기대출 경쟁은 역마진을 감수할 정도로 과열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과거 소호대출이나 카드대출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가격경쟁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과 서비스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의 '가격 파괴'는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9일 콜금리 인상 이후 은행권은 예금금리를 일제히 인상했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쳤다. SC제일은행 등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오히려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7일부터 가산금리를 1.5%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인하했다. 신한·조흥은행도 통합을 기념해 3월 말까지 대출금리를 할인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할인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장들도 17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콜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는 큰 폭으로 인상됐으나 대출금리는 과당경쟁으로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며 은행 수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주택담보대출은 수요가 크지 않아 정체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확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여기서도 우량 고객 확보 경쟁으로 인해 대출금리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