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완 < IT부 차장 >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님,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님,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님! 요즘 세 분을 욕하는 전화가 끊이질 않습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명의도용 사태 때문입니다. 주민등록번호를 도용당한 피해자가 30만명에 육박하면서 세 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50만명을 넘으면 무슨 일이 나도 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김 사장님에 대한 비판은 수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만 대체로 하나로 수렴됩니다. 그동안 김 사장님이 이끄는 엔씨소프트는 뭘 했느냐는 것입니다. 리니지 게임 성주(城主)인 게임경력 10년의 K씨가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명의도용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경찰 수사가 이뤄질 만큼 리니지상의 명의도용은 만성적이었습니다. 그 뿐입니까. 리니지에서 쓰는 게임 아이템(칼 총 방패 등 무기)을 게이머끼리 오프라인에서 거래하다 발생한 살인 사기 등 범죄건수는 또 얼마나 많았습니까. 회원과 게임 계정 중에 명의도용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한다는 것도 인지했을 것입니다. 게임업계의 천재 중 한 명인 김 사장님이 이 같은 현실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문제는 대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책다운 대책은 없었습니다. 명의도용을 막을 대책도,게임 아이템 폐해를 개선할 방법도,도용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혹시 늘어나는 게이머수와 해외 진출,매출 증대에 파묻혀 현실문제에 눈을 감은 것은 아닌지요? 전문가들은 게이머의 플레이 능력보다 아이템의 능력치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리니지의 게임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게임 설계를 다시 못하시겠다면 아이템 수를 늘리는 방안도 있을 겁니다. 게임 아이템은 수요에 비해 엔씨소프트측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아시죠? 중앙대 콘텐츠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게임을 하는 청소년 중 50.2%가 "아이템 거래와 관련해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정 장관님과 진 장관님에 대한 원성도 큽니다. 문광부는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게임 아이템 거래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중독성이 강한 게임과 아이템 때문에 아이들이 죽고 사기를 당해도 '기업 자율'만 되뇌었습니다. 팔짱을 끼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미국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게임 아이템 없이도 성공한 사실을 아시는지요? 그리고 게임 아이템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인 점도 알고 계시죠? 그 누구보다 진 장관님에 대한 독자들의 비판이 따갑습니다.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정통부의 몫입니다. 사이트마다 주민등록번호 기입을 요구하고 있는 데도 개선치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중국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둥둥 떠다닌다니 어떡할 겁니까? "지금까지 가입한 모든 사이트에서 자신의 기록을 깨끗이 삭제하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한 독자의 말에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더 늦기전에 세 분이 나서야 합니다.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