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순 로커스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 '닮은꼴 수사'로 평가돼 왔던 장흥순 터보테크 회장은 수사 착수 1개월여 만에 전격 구속수감된 데 비해 로커스의 경우 4개월이 넘도록 특별한 진척사항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이달 초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로커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4개월 만에 김 회장이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을 비롯 전 직원이 회사를 살리는 데 바빠서 소환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커스는 작년 6월 말(반기) 기준으로 전액 자본이 잠식됐다. 530억원의 분식회계를 반영하면 자본총계가 18억원 정도 마이너스 상태여서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다음 달까지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로커스는 유상증자나 자산 매각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수사 장기화의 다른 요인이다. 검찰에 따르면 1999년 김 회장은 사재와 개인 대출을 통해 분식회계로 부풀려진 자산을 메웠다. 이후 대출금의 만기가 돌아오자 회사돈을 담보로 또 다른 대출을 받아 그 돈을 갚아 나갔다. 단순히 회사돈을 자신의 유상증자대금으로 사용한 터보테크의 장 회장과는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사건에서 자신의 돈을 회사에 다시 넣어 공금과 구분을 어렵게 만든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 회장은 평소 절친한 사이인 장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수시로 연락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김 회장은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일자로 로커스 수사를 맡고 있는 검사와 부장뿐만 아니라 지휘라인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모두가 새로운 얼굴로 바뀌어 수사진이 수사 기록을 처음부터 꼼꼼히 살펴야 할 상황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