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수급 불균형으로 기관들이 움츠리고 있는 사이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선물매매를 통해 프로그램 매매를 좌우하는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의 움직임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특히 하루 이틀새 선물을 집중적으로 매매하는 '치고 빠지기식' 단타로 지수 급등락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물 베이시스 외국인이 장악


22일 장 초반 10포인트가량 상승했던 주가는 프로그램 매물에 밀리며 불과 1시간여 만에 20포인트 하락으로 돌변했다.


장 막판 외국인과 투신권의 저가매수가 들어오며 낙폭은 5.91포인트로 줄었다.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전형적인 '왝더독(wag the dog)' 장세가 연출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돼 최근 프로그램 매매와 코스피지수 움직임 간 상관관계는 0.8~0.9(1.0=완전동조)로 치솟은 상태다.


프로그램 매매와 코스피지수 움직임이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이 선물을 장중 6000계약가량 순매도하자 프로그램 매물은 3000억원에 육박했으며,지난 20일엔 정반대로 4800계약의 대규모 선물 매수가 3500억원의 프로그램 매수를 불러냈다.


프로그램의 영향력 확대는 현물시장의 체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정장을 맞아 자신 있게 매매하는 주도세력이 없다 보니 프로그램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영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매수 주체가 없다는 점을 활용해 공격적인 선물매매로 지수 급등락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프로그램 매물 많지 않아


이날 출회된 프로그램 차익매물 3000억원은 이전 이틀간 단행됐던 신규 매수차익거래(주식매수+선물매도)를 청산(주식매도+선물매수)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외국인은 공격적인 선물매수로 이틀 동안 4500억원 정도의 매수차익거래를 한 뒤 이날 베이시스 하락을 활용해 안전하게 차익을 실현했다.


따라서 추가매물로 나올 수 있는 매수차익거래 물량은 1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매물은 장이 추가하락할 경우 매물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도세가 머지 않아 주춤해진 뒤 대규모 매수세로 전환할 것이란 진단이 우세하다.


잠재 매수 여력으로 간주되는 매도차익잔액이 2조원 안팎인 반면 잠재매물인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1조원 밑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심상범 연구위원은 "장 후반 투신권이 매수에 나서며 낙폭을 줄인 데서 보듯이 외국인의 선물 영향력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힘들다"며 "선물 3월물 만기일 도래의 영향으로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