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조 위원장은 전임 이수호 위원장의 온건노선을 계승한 국민파 계보에 속해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 운동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의 잔여임기인 1년을 채우는 한시적 지도부라는 점에서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등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민주노총을 이끌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이번 집행부를 과도체제로 여기고 있고 양경규 공공연맹위원장 등 당선이 유력했던 범좌파 후보들은 선거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파가 우려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비정규직 법안이나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방안(노사로드맵) 등 굵직굵직한 쟁점들이 산적한 마당에 자칫 집행부가 정부 및 재계 싸움에 전위대 역할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국민파가 이번 집행부를 완전 장악했지만 범좌파들은 사사건건 운동 노선에 개입하며 지도부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집행부는 강경파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도 투쟁전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조준호 지도부가 선거과정에서 "타협 없이 투쟁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복잡한 민주노총 내외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위원장으로선 노사관계 로드맵 등 현안별로 정부와 사측을 상대로 일부 교섭에 나서기도 하겠지만 결국 투쟁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반대파를 잠재우기 위해선 싫으나 좋으나 투쟁으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강경파와 온건파 간 내부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이다. 강경파들은 투쟁을 통해 사회개혁을 이룩해야 한다며 전투적조합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묻기 위해 개최했던 대의원대회를 세 차례나 무산시킨 것도 투쟁노선을 고집해온 강경파들의 방해전략 때문이었다. 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가 비정규직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28일부터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월 중으로 비정규직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 위원장은 당장 비정규직법 처리 저지를 위한 투쟁을 진두지휘해야 할 상황이다. 조 위원장의 사회적 교섭 추진 여부에도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초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다 강경파의 반발로 사회적 대화를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내부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중도 사퇴했다. 조 위원장은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비정규직과 노사관계 로드맵 등에 대한 노사정 간 이견 차가 워낙 커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조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와 관련,"내용을 갖춘다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지만 민주노총이 들러리를 서는 자리는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말해 무리하게 노사정위 복귀 등을 추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부위원장에 이태영 윤영규 허영구 진영옥 김지회 최은민씨 등 6명을 선출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