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to us!"(우리에게 내려왔다) 다나카 구미 소니 홍보과장은 지난해 6월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과 함께 부임한 주바치 료지 사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안도 구니다케 전 사장도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를 소니가 선도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지요. 물론 실현될 수 있는 꿈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같은 일반 종업원과는 동떨어진 꿈이었지요." 경제학을 전공한 안도 전 사장과 달리 주바치 사장은 생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공학도 출신이다. 소니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안도 전 사장이 자신의 후임으로 직접 주바치 사장을 낙점한 것은 스스로 '멀리 있는 비전보다 가까운 현장을 재건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바치 사장은 부임 직후 세 가지 핵심 전략을 발표했다. 고객관점 경영과 기술 차별화,그리고 겐바(현장)였다. 그는 "작은 헤드쿼터와 강한 현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부임한 후 8개월간 일본과 미국 중국 등지의 공장 9곳을 직접 방문했다. 책상에 앉아 보고를 받는 다른 CEO들과 달리 생산라인에서 직접 근로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한 달에 한 공장씩 방문하는 그는 전 세계 15만명의 종업원을 모조리 만날 태세다. 공장뿐 아니라 직접 아키하바라(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상가)를 찾아 판매직원도 독려했다. 현장에서 나오는 제안을 듣기 위해 '소니를 살릴 아이디어 내보라'는 제안에 벌써 20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지난해 임원 감축 규모에 대해 주바치 사장과 갈등을 빚었던 영국 출신의 스트링거 회장도 주바치 사장의 현장경영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일본 기업의 강점인 모노즈쿠리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주바치 사장의 현장 경영에 스트링거 회장도 자주 동행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모아 놓고 솔직한 문답시간도 갖지요. 한 직원이 '오늘이 생일'이라고 하자 스트링거 회장이 즉석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더군요."(다나카 홍보과장) 주주와 이사회 중심의 미국식 경영방식만을 강조하던 소니가 일본 특유의 현장중심 경영을 접목시키는 사례다. 역동적인 현장 경영 덕인가. 위기를 맞았던 소니는 작년 4분기 분기별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689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