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집권 3년간의 소회와 남은 2년간의 의지를 정리해 밝혔다. 지난 25일 취임 3주년을 맞았지만 이 전후로 아무런 공식 기념행사를 열지 않는 대신 26일 기자들과 등산·오찬간담회를 가졌다. 비슷한 내용으로 이날 홈페이지에 대국민 서신도 올렸다. 집권 3년간의 소회와 반성에 대해 노 대통령은 먼저 "5년 임기가 길게 느껴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선거가 너무 많다"며 "임기 중에 (각종) 선거가 많은 것이 국정운영에 합리적인 것 같지 않고,실질적으로 그렇지도 않은데 막연하게 중간평가라고 한다"며 불편한 심정도 드러냈다. 선거 때문에 선심행정이라는 시비가 일어 대통령으로서 일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으로 들렸고,'4년 중임 등으로 개헌하자는 것이냐'는 의구심도 불러일으키는 발언이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를 의식한 듯 "여러 정치 상황으로 볼 때 대통령인 내가 개헌문제를 끄집어내 쟁점화하고 그것을 추진해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개헌문제를 제기해 사회적 공론이 될 경우 부분부분 할 얘기가 있을 수 있지만 먼저 개헌하자고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우선 순위로 양극화 해소 노력,두번째로 한·미 간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양극화에 대한 문제 진단과 해소 의지는 신년 TV 연설과 연두회견 등에서 밝힌 인식 그대로였다. 또 3월23일 누리꾼들과의 인터넷 국민대화를 위해 이날 사전 아젠다 성격으로 던진 대국민 서신 역시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거론해온 분석이나 시각과 크게 봐서 비슷하다. '양극화는 불균형 성장과 IMF 외환위기의 후유증이다. 양극화 해소 없이는 국민의 삶이 행복해질 수 없고 지속성장,국민통합도 안 된다. 양극화 극복에 보수-진보,여-야가 따로 없다. 정부가 할 일은 할테니,제발 세금논쟁으로 몰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당장 돈을 더 내거나 빚을 내자고 하지는 않겠다"며 "세금 납부와 수혜,부족분 등에 대해 토론해보자"고도 역설했으나 구체적인 정부의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의 복안은 여전히 제시하지 않은 채 토론부터 하자고 호소하는 상황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간 FTA를 언급하면서 "양극화와 함께 아주 버거운 문제이며,남은 2년간 시끄러울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이어 "우리의 활로문제나 밤낮 중국이 따라온다는 고민만 할 게 아니라 개방된 경쟁 속에서 성공해야 하며,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선진국형 서비스 산업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