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환율하락이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정유업체의 특성상 비상경영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유화학 통신 등 양대 주력사업이 성장 한계에 다다르면서 수출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비상경영 못지 않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00억달러 수출을 돌파했고 올 1월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8.2% 늘어난 14억900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특히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에 내다 팔 제품이 많지 않은 SK그룹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해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제2,제3의 SK를 건설키로 했다.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이동통신사업 등 산업 인프라를 수출하는 방식의 글로벌 전략인 셈이다.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로의 변신은 최태원 SK㈜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6대 글로벌 전략거점 구축 SK그룹은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쿠웨이트 등 6개국을 주요 전략거점을 선정했다. 이 지역에서 관계사가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와 핵심경쟁력을 연계,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제2의 SK를 짓는다는 중국사업은 지난해 SK중국투자유한공사 외에 SK텔레콤 차이나,SK네트웍스 중국지주회사 등 관계사의 지주회사 설립을 계기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 들었다. SK는 따라서 중국 다음으로 떠오르는 거대 시장인 인도에서 다양한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달 안에 인도사무소를 설치하고 현지 이동통신사업자와의 사업 제휴를 계속 모색키로 했다. 미국에서는 SK텔레콤이 신규 이동통신 서비스인 가상이동사설망 사업에 대한 준비를 마쳤으며 SK커뮤니케이션스는 온라인사이트인 싸이월드를 오픈했다. SK㈜는 루이지애나 유전 탐사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산유국인 쿠웨이트와 베트남은 아·태 지역 메이저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지역으로 SK㈜와 SK건설,SK텔레콤 등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해외사업 확대 SK그룹은 지난해 각 계열사 및 그룹 차원의 해외 사업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주요 관계사 해외사업 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글로벌 위원회를 신설했다. SK㈜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건설 SK케미칼 등 10개 주요 계열사의 해외 사업 담당 임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위원장은 SK㈜ 신헌철 사장이 맡았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각 계열사별 해외 사업을 연계해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해외 시장 정보를 공유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중국 등 현지에서 인재양성,무료의료봉사 등 사회공헌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등 강력한 현지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에서는 국내 장수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를 중국 현지에 맞게 바꾼 'SK장웬방'이라는 프로그램을 매주 주말 북경TV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SK텔레콤은 베트남에서 '얼굴기형 어린이 무료수술 사업'을 펼치며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발로 뛰는 최태원 회장 SK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대는 최태원 SK㈜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양대 주력 사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은 글로벌 경영 확대에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최회장 스스로도 발로 뛰는 글로벌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04년에는 6번 해외 출장을 떠나 총 31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그룹 총 수출액이 200억달러를 넘긴 지난해에는 총 44일 동안 해외에서 머물며 글로벌 경영 시스템 구축과 매출 확대에 주력했다. 최 회장은 특히 지난 2년동안 중동에만 3번 방문해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는 물론 SK건설이 지난해와 올해 각각 12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