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가 1962년 설립 이래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종합상사와 더불어 수출한국을 이끌었던 대표적 국가기관인 KOTRA가 해외 네트워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미 지난해 12월 이후 회계감사를 시작으로 4개월 넘게 감사원 감사를 받는 것만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 내달 본감사까지 본격화될 경우 반년 이상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적하고 있는 KOTRA의 기능재편 근거는 시대적 상황의 변화다.


KOTRA는 무역 진흥과 국내외 기업 간 투자,산업기술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후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해외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면서 '수출 한국'을 이끌어왔지만 21세기 정보혁명 이후 이 같은 기능이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자체 해외판매 네트워크를 갖춘 상황에서 KOTRA가 선진국 중심의 '온탕'에서만 안주하면서 기관이기주의에 빠져 제 역할을 찾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종합상사와 함께 KOTRA 무용론이 제기되는 등 역할과 기능에 대해 끊임없는 문제점이 제기돼왔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기업 중 '진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관은 일단 존립의 근거를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게 고위층의 생각"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KOTRA는 이 같은 시각에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KOTRA는 특히 감사원이 일본 무역진흥기구인 JETRO를 예로 들면서 해외 무역관 숫자를 최대 70개 정도로 줄여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JETRO의 경우 중소기업 수출지원보다는 정보조사와 수입 관련 업무에 비중을 두고 있어 지사화 사업 등을 통한 중소기업 수출지원을 근본 목적으로 한 KOTRA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게다가 KOTRA가 설립 당시 벤치마킹을 했던 JETRO가 요즘엔 오히려 KOTRA의 혁신을 배우자고 공공연히 말하는 상황에서 JETRO를 벤치마킹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KOTRA의 설명이다.


KOTRA는 이와 함께 최소 예산으로 최대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OTRA의 지난해 예산은 총 2238억원으로 이 중 국고보조금이 1888억원으로 84%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자체 조달하고 있다.


KOTRA는 적은 예산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연간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다른 정부투자기관과 비교해 볼 때 이 정도의 돈으로 수출지원과 해외시장 개척 등의 성과를 내는 것은 평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감사 이후 충분한 협의를 통해 KOTRA의 기능재편 방향에 대한 결론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