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유엔의 한 보고서는 중국이 당면한 3대 주요 문제로 남아선호,에이즈,환경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남아선호사상은 중국사회는 물론 인근 국가에까지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고가 이제 현안으로 바짝 다가섰다. 오랫동안 한 자녀를 갖는 산아정책을 펴온 탓에 중국의 남녀 성비(性比)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남아선호로 불법적인 낙태가 자행됐기 때문인데,충칭(重慶)의 경우는 여자 100명당 남자 수가 170명으로 상상키 어려운 남초(男超)현상이라고 한다. 오는 2020년에 가면 중국 전체에서 배우자가 없어 결혼을 못할 노총각이 4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이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P)가 마침내 중국의 남초문제를 짚고 나섰다. '성적 좌절의 지정학'이란 기사를 통해 남자가 과잉되면 극단적인 민족주의로 흘러 주변국과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유혈전쟁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전쟁의 근거로 드는 것이 남성들의 성욕이다. 성욕을 해결하지 못하면 나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이 행동이 곧 전쟁이나 반란으로 표출된다는 얘기다. 남성들의 거대한 '성적좌절'이 절정에 달하는 2020년에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남초현상은 중국만이 아니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도의 경우도 태아 성감별로 낙태가 성행하면서 남아출생이 월등하다. 성비불균형으로 인한 사회불안이 엉뚱하게 '호전적 애국주의'를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한다. 남아선호사상은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그 정도가 문제인데 경제성장으로 해결되는 사안은 아닌 듯하다. 대국들의 성비불균형이 정말 전쟁으로 비화될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