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밖에 없는 교육을 빠지면 어떡합니까.


그분들 그렇게 바쁩니까?"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신규 임원 교육에 5~6명의 임원이 불참하자 그룹 인사팀에 한 말이다.


그런 뒤 이 상무는 지난달 22일 교육장인 경기도 용인의 연수원을 찾아 200여명의 신규 임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마침 생일을 맞은 임원들과 간단한 파티를 겸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어 24일에는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신규 임원들과 다시 뷔페식 저녁식사를 하며 얘기꽃을 피운 뒤 호암아트홀로 자리를 옮겨 음악회 감상까지 함께 했다.


이 상무는 매년 이맘 때면 연수원을 찾아 신규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지만 올해는 관심이 각별했다는 게 연수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상무는 이에 앞서 지난달 초 발표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공동마케팅도 직접 챙겼다.


평소 친분이 있는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아들)과 만나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끝에 내수 진작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 마케팅은 양사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서로 할인 혜택을 주는 '글로벌 No1 페스티벌'로 명명됐다.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는 이 상무가 올 들어 '일에 파묻혀 산다'는 얘기가 화제다.


부지런하고 호기심이 많아 평소에도 많은 업무를 챙겼지만 요즘은 걸음걸이에 바람이 일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26일 수원사업장에서 R&D중심으로 10여시간에 걸쳐 진행된 삼성전자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이 상무는 윤종용 부회장 바로 뒷자리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회의 내용을 경청하며 메모를 했다고 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이 상무의 승진을 보류시킨 정황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첫 단계인 전무직으로 승진하기 전에 현업에서 보다 많은 경험을 쌓고 실전감각을 키우라는 것이 이 회장의 의중이었고 이 상무는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업무에 몰입하고 있는 이 상무에 대해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갈수록 책임을 느끼는 것 같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상무는 요즘 업무 외에 막내 딸을 잃고 상심에 빠진 아버지(이 회장)를 위로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장남으로서 그룹의 대외적 이미지까지 신경 써야 하는 1인3역을 하고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