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이틀째인 2일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업무 미복귀자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혀 파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노조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산개투쟁으로 파업 방식을 바꿨으나 일자리로 돌아가는 노조원이 늘어나고 있는데다(오후 11시 현재 21.4%) 공사측의 '직위 해제' 경고로 파업 전선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차 운송의 핵심 인력인 기관사 복귀율이 4%를 밑돌고 있어 정상 운행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전국 열차와 수도권 전철 등이 파행 운행되면서 개학을 맞아 등.하교길에 오른 학생과 출.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멘트와 수출입 컨테이너,유류 등 화물 운송도 차질을 빚는 등 산업계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복귀자 대량 직위해제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 철회가 없는 한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 사장은 "국민의 발을 담보로 파업하는 일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직위 해제된 노조간부 등 387명을 포함,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조합원 2000∼2500여명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이 사장은 밝혔다. 직위해제 대상 직원은 △파업에 가담한 후 최종 업무복귀 시한인 2일 오후 5시까지 복귀신고를 하지 않은 조합원 △근무 중인 직원의 업무를 방해한 조합원 △기물을 파손하는 등 파업을 주동·선동하는 조합원 등이다. 이에 따라 이들 상당수는 파면 정직 등 중징계 조치를 받을게 불가피해 보인다. ◆30분 기다려도 전철 안 와 발 동동 전체 열차 운행률이 평소의 40%대로 떨어지면서 수원 인천 등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고통이 컸다. 경부선과 경인선 등 국철 1호선의 운행 횟수가 평소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며 배차 간격이 길어지자 열차가 들어설 때마다 먼저 타려는 손님들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분당선과 안산선도 전동차 배차 간격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역마다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서울메트로가 단독 운영하는 2호선은 정상 운행됐지만 철도공사와 함께 운행하는 1·3·4호선에서는 전동차 운행 횟수가 급감하면서 '출근 대란'이 빚어졌다. ◆산업계 피해도 갈수록 커져 당장은 산업계 피해가 수출 화물의 납기 지연과 육로 운송 전환에 따른 운송 비용 증가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출 화물 운송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하루 철도수송 물량 11만4000t 가운데 9만5000t 정도의 수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부산·광양항을 연결하는 컨테이너열차는 운행이 50% 감소하면서 하루 1000TEU(20피트 컨테이너 1000개 분량)가량의 철도 수송 물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철도 수송 의존도가 높은 양회,석탄,원유,석유화학원자재,철강재 등도 수송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시멘트 업계의 피해가 극심하다. 충북 단양과 제천 지역은 하루 평균 82회 화물차량 운행횟수가 16회로 급감하면서 1000량 이상의 화물열차 수송이 중지된 상태다. 부산역의 경우 평소 하루 56편의 화물열차가 2000여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해 왔으나 파업으로 20편의 화물열차만 운행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화물 적체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노조 '산개투쟁'으로 전환 노조가 산개투쟁으로 전환한 것은 노조원들을 분산시킴으로써 공권력 투입의 효과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이문동 차량기지 등 기존 농성지에서 벗어나 4∼5명씩 짝을 이룬 채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장기간 파업에 대비했다. 2002년 2월 발전산업노조 파업 때 처음 선보인 산개투쟁은 당시 38일 동안 파업을 이끌어가는 데 기여하면서 노조의 새로운 투쟁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철도노조는 2003년 파업 때도 산개투쟁을 전개했다. 강동균·김태현·정태웅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