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은 하나에 승부를 걸기 때문에 강합니다. 자기의 분야에서 세계 1등을 하는 것이 경영 목표죠.한국 기업들도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개발에 주력해야 합니다.(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 오마에&오소시에이츠 대표)” [ 오마에 겐이치 오마에&어소시에이츠 대표(경제평론가) ] △1943년 북규슈 출생 △와세다대 이공학부 졸업,도쿄공업대학원 원자핵공학과 석사 △미국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맥킨지컨설팅 일본지사장 및 아시아태평양 회장 △미국 UCLA대학 교수 △한국 고려대,이화여대 석좌교수 △현재 정책시민단체 헤이세이유신대표,어태커즈 비즈니스스쿨 대표 “한국은 시장도 작고 자본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일본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기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일본과 기술협력만 잘 하면 차세대 성장 산업인 환경이나 항공기 산업에서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습니다.(테라시마 지쓰로 미쓰이전략연구소 소장)” [ 테라시마 지쓰로 미쓰이전략연구소 소장 ] △1947년 홋카이도 출생 △와세다대 대학원 정치연구과 석사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근무 △미쓰이물산 워싱턴 사무소장 △현재 미쓰이전략연구소 소장 △현재 일본종합연구소 이사장 △현재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 연구과 교수 일본를 대표하는 경제전문가들은 일본경제부활의 원동력이 R&D(연구개발)와 혁신으로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쌓은 제조업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양국 기업들이 정부차원의 갈등에 관계없이 새로운 성장산업분에서 공생할 수 있는 협력의 방안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오마에 대표와 테라시마 소장을 각각 만나 들어본 일본경제 부활의 배경과 시사점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 -일본경제 부활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데라시마 소장=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 불황기에도 기업들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품질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온 제조업들이 부활의 공신이죠. 정부의 구조개혁이 부활을 이끌어냈다는 지적도 있지만 100%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마에 대표=같은 의견입니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부활의 요체였습니다. 2,3년 전부터 경기가 회복된 것은 제조업의 높아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특수'가 큰 몫을 했죠. 2004년 한 해만 해도 주요 기업들이 거둔 이익의 67%가 중국 비즈니스에서 나왔습니다. 기업들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생산성을 높여왔고 지금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오랜 불황기에도 경쟁력을 높여온 비결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오마에 대표=일본 기업들은 하나에 승부를 걸기 때문에 강합니다. 거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 기업들은 돈을 벌면 다른 사업에 진출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자기 분야에서 세계 1등을 하는 것이 경영 목표입니다. 디지털 가전제품이 소비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지만 그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공작기계와 핵심 부품을 만드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일본 경제의 경쟁력입니다. 중소기업들을 보십시오. 일본의 중소 부품회사들은 어느 나라도 흉내내기 어려운 온리원(Only One)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부가가치도 높죠. 한국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면 할수록 부품을 사가야 하기 때문에 일본경제는 좋아집니다. 데라시마 소장=동감입니다. 일본 제품의 국제 경쟁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1990년부터 작년까지 15년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0엔대에서 110엔대로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기간 중 수출은 20조엔 이상 증가했죠.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1980년대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팔린 일본 차는 중저가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최고급 차 부문에서 일본 브랜드가 미국이나 유럽 브랜드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려나갑니다.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도 부활의 촉매가 되지 않았습니까. 외국에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단호한 개혁 의지를 높이 사고 있는데요. 데라시마 소장=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거창한 구호에 비해 실질적으로 낸 성과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정공사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콘텐츠(내용)의 변화입니다. 개혁의 내용이 부족했다는 게 고이즈미 개혁의 한계입니다. 일본경제를 강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정책과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이 부족했습니다. 오마에 대표=저도 개인적으로는 정치 지도자에게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제와 정치의 상관 관계도 크지 않죠.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가 9월에 끝나 새로운 인물이 정권을 잡더라도 일본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이 리더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일본 사회의 특징입니다. -장기 침체에서 벗어난 일본 경제가 계속 뻗어나갈 것으로 보십니까. 데라시마 소장=저출산과 고령화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지만 제조업 경쟁력이 강해진 만큼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핵심 기술이 되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분야에서도 일본 기업이 가장 앞서 있습니다. 환경보호 기술이 핵심 기술로 등장한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오마에 대표=경제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봅니다. 일본 국민은 1400조엔의 현금성 금융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고용과 임금 지표 등이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마쳐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입니다. -일본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데 넘어야 할 산도 많을텐데요. 데라시마 소장=정치부문이 걸림돌입니다. 일본경제가 더 뻗어나가려면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가 중요한데도 과거 역사나 외교문제에 얽매여 경제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아시아 국가들과 유럽연합(EU) 수준의 연대를 만들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일본이 차세대 산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에서 기획하고 추진하는 종합 능력에서 미국에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죠. 오마에 대표=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돼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이 한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2007년부터 단카이세대(일본판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퇴직이 본격 시작되면 우수 노동력 확보가 심각한 현안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으로 사회 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우수한 해외 인력 도입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한국에서 일본경제의 부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데라시마 소장=일본은 기술 자본 인력이 풍부해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인력이 우수하지만 기술과 자본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정보기술(IT) 혁명에 잘 적응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IT 이후 차세대 산업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한국은 시장도 작고 자본도 적은 만큼 일본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기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정치 문제로 경제적 유대관계가 훼손돼서는 안됩니다. 일본과 기술 협력만 잘 하면 차세대 성장 산업인 환경이나 항공기 산업에서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습니다. 오마에 대표=삼성 현대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한국이 일본과 같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일본 부품과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상품의 부가가치가 적은 게 한국경제의 약점입니다. 일본산 부품과 기계를 들여와 물건을 만드는 것은 중국이나 베트남도 할 수 있죠.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개발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한국 대학생은 우수합니다. 한국은 그러한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아시아 시장에서 중심이 되는 산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에 대해 조언을 부탁합니다. 데라시마 소장=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이 일본의 첨단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을 넘어 전략적으로 일본 기업과 원만한 협력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런 협력으로 새로운 성장산업을 개척해야 합니다. 오마에 대표=한국 기업들은 지금보다 원가가 2,3배 올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생산기지 이전을 통한 비용 삭감만으론 안됩니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진정한 이노베이션을 통해 가격이 100% 올라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국경제가 일본경제와 같은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합니다. 삼성은 제조기술이 뛰어난 일본 기업의 강점과 의사결정이 빠른 미국의 경영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세계적인 기업이 됐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일본 자동차회사들보다 아직 많이 뒤집니다. 삼성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5개 정도는 나와야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