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헛발질 게임'이 점입가경이다. 스스로의 표 얻기 노력은 게을리한 채 상대당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댄 두 당이 상대당의 자충수를 공격하기가 무섭게 자당 내부에서 악재가 돌발해 공수가 수시로 뒤바뀌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의 개각파동에서 한나라당 최연희 전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이해찬 총리의 파업속 골프라운딩으로 이어지는 '헛발질 시리즈'는 마치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표 떨어뜨리기'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서자마자 유시민 의원 개각파동으로 궁지에 몰린 것은 열린우리당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양극화 문제가 증세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여당의 입지는 더 어려워졌다. 한나라당은 호재를 만난양 한껏 가세를 올리며 여당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공세국면이 금세 꺾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당 주변에서조차 "지방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흐름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DJ 치매 발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불거진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으로 일순간에 역전됐다. 열린우리당은 총공격에 나섰고 한나라당 지도부는 연이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여당은 모처럼 수세에서 벗어나 지방선거전까지 이 호재를 이어갈 태세였다. 여당 관계자들은 표정관리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런 여당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게 바로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라운딩이다. 이 총리가 철도파업으로 전국민이 불편을 감수하는 상황에서 3·1절 행사에도 참석지 않은 채 부산에 내려가 골프를 친 게 구설수에 오르면서 여당은 크게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야당은 즉각 이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 내부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당과 나라에 기강이 섰다고 국민들이 느낄 때 우리당에 다시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 "공직자와 정치인 모두 자숙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이 총리를 간접 겨냥했다.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최 의원의 성추행을 비판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향기에 취하고 싶고,만져보고 싶은 게 자연의 순리"라고 주장,네티즌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지도부는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의사표명으로 당에 부담을 줬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야 지도부는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는 돌발 악재를 막기 위해 소속 의원들에게 술 자제를 권하고 돈 공천잡음 차단에 나서는 등 집안단속에 부심하고 있다. 이재창·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