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흘간 파업을 벌였던 철도노조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엄격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공익사업장의 그릇된 파업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도 수도 전기 가스 병원 등 공익사업장 노조가 법을 어기며 파업을 벌일 때마다 정부와 회사측은 노조 지도부 등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파업이 끝나면 흐지부지돼 불법 노사분규가 계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됐었다. 지난 철도노조의 파업 기간(1∼4일) 중 정부와 철도공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 법무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등 3개 부처 장관은 파업 돌입 즉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것"이란 내용의 긴급담화문을 발표했다. 경찰도 즉각 노조 집행부 11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고비는 2일 노조가 산개투쟁으로 전환하면서 찾아왔다. 자칫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전국에서 평노조원들에 대한 일제 검거작업을 벌였다. 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곳곳에서 실시됐다. 공사측은 2일부터 3일까지 사상 유례 없이 노조원 2244명을 무더기로 직위 해제했다. 이철 사장은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갖고 "복귀 없이 교섭 재개는 없으며 파업 참가자 전원에 대해 철저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3일에는 노조가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노동부에 교섭 자리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됐다. 노동부는 "불법파업을 중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더구나 파업으로 불편을 겪었던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민주노총의 총파업 유보 등 외적인 변수도 노조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에 불안을 느낀 노조원들이 파업 대열에서 대거 이탈했고 노조는 나흘 만에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그러나 재계는 공익사업장의 불법파업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불법파업 참여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징계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3년 등 최근 수차례에 걸친 파업으로 해고된 철도공사 노조원은 모두 127명이었다. 공사는 이 중 60명을 차례로 복직시켰다. 불법 파업의 책임을 일단 물어 놓은 뒤 슬그머니 노조에게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이 같은 행태 때문에 이번 파업에서 노조는 해고자 67명 전원의 복직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미국 정부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1년 미국 연방항공청(FAA) 관제사 파업 때 미국 정부는 노조측에 48시간 안에 복귀하라고 명령한 뒤 응하지 않은 관제사들을 곧바로 해고했다. 물론 재고용도 허용되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해고자를 다시 복직시키는 등의 은전을 베푸는 관행을 추방하지 않는 한 불법 파업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당분간 노·사·정 관계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대표적인 노동 악법으로 손꼽히는 직권중재 제도를 내세워 정부가 철도노조를 탄압했다"며 강경 노선을 유지할 것을 선언했다. 한편 KTX는 5일부터 정상 운행에 들어갔지만 특실에서의 음료 서비스 등은 파업 당시처럼 계속 제공되지 않는다. KTX 여승무원 노조 관계자는 "총투표를 한 결과 83%가 파업을 지지해 투쟁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