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지도자들은 우간다의 민주주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언뜻 보기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난한 국가인 우간다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과 비슷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 특히 우간다는 지난달 23일 26년 만에 첫 다당제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다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두 나라는 상당히 유사한 면을 보여왔다. 중국과 우간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고통스런 시기를 보내야 했다. 두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량 학살의 악몽을 겪은 것도 양국의 공통점이다. 우간다에선 이디 아민이 집권했던 1971∼79년에 3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에서도 마오쩌둥이 권좌를 지켰던 약 30년 동안 정치적 혼란과 기근 등으로 3200만명이 숨졌다. 이처럼 힘든 시절을 보낸 뒤 두 나라에선 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은 실패한 중국의 계획경제를 버리고 시장개방에 나섰고 지방에 대해 일부 민주주의를 허용했다. 우간다에선 1986년 군부 반란으로 집권에 성공한 요웨리 무세베니가 개혁에 착수했다. 일단 개혁이 시작되자 양국 국민들의 민주주의 요구는 급속하게 커졌다. 이에 대한 대응방식에서 두 나라는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를 무력 진압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봉쇄했다. 하지만 무세베니는 우간다의 정당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 정치제도를 유지할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고 1995년 선언했다. 민주주의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결국 지난해 7월 국민투표에서 이 제도는 폐지됐고 지난달 23일 다당제 대선이 실시됐다. 이번 선거에서 무세베니가 재 집권에 성공했다. 장기집권이지만 이제 우간다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해소했고 모든 정치 참여자들이 정해진 게임의 룰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우간다의 성공은 중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첫째,민주주의를 위해선 먼저 경제개발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우간다의 1인당 국민소득이 중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생각하면 민주주의를 제쳐두고 일단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중국의 선택은 옳지 않다. 둘째,성공적인 민주화로 우간다의 외교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이다. 아시아의 패권 국가가 되려는 중국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의 민주주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물러나는 2012년에 시험대에 오른다. 덩샤오핑 등 중국 공산당의 원로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난 상황이라 과거처럼 새로운 후계자를 지명해 그 인물에게 힘을 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1당 독재가 영원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실정이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이 글은 뉴욕 뉴스쿨대학 부교수이자 '중국 민주주의 미래'의 저자인 브루스 길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China's Lessons from Uganda'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