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경쟁‥집값 상승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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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 5%로 예금을 받아 4.7%로 대출을 해준다.'
은행들이 이처럼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이다.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역마진을 감수한 '덤핑대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재개발 단지의 이주비대출이나 중도금대출,잔금대출 등과 같은 아파트 집단 담보대출이 대표적인 출혈경쟁 시장이다.
◆'역마진' 덤핑 대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는 3개월 변동금리 대출 기준으로 최근 연 4.6%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체 아파트 담보대출의 평균 금리 연 5.70%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금리 할인 조건을 충족하는 일부 우량고객에게 적용되는 최저금리(연 4 .77~4.98%)보다 낮다.
통상 3개월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은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에 스프레드(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가 결정된다.
CD는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대표적 자금 조달 수단이다.
은행이 조달 금리인 CD 수익률에 적정한 마진을 붙여 대출이자를 정한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그동안 은행들이 출혈경쟁을 해오면서도 CD수익률+0.5%포인트의 마지노선은 지켜왔는데 최근 일부 은행이 그 아래로 치고 들어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CD 수익률에 최소 1%포인트 이상의 스프레드가 붙어야 이익이 난다"며 "0.5%포인트 미만의 스프레드는 완전한 역마진"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3년 전 착공했던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대거 쏟아지고 있어 특히 입주자 잔금대출 시장의 덤핑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으로 금융계는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역마진을 감수하며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의 임원은 "주택담보대출은 장기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며 "주택대출에서 다소 손실을 보더라도 장기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부수적인 거래로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다시 급증세로
은행의 대출 세일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중 국민 우리 신한 조흥 하나 농협 등 6개 은행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1조3300억원과 1조5800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 1월 2907억원까지 줄어들다가 2월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별로는 지난 1월 중 대출 잔액이 제자리 걸음을 했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월 중 각각 5600억원과 1700억원씩 늘어났다.
신한·조흥은행도 늘었으며 국민은행 역시 소폭증가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다시 급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는 데는 은행권의 주택대출 과열 경쟁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