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잇따른 한국 공장 폐쇄와 철수에 따른 후유증이 국내 의약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산·공급해오던 의약품을 외국의 다른 공장에서 만든 것을 수입·판매하면서 의약품의 무역적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6일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수입액은 28억6900만달러로 2004년 23억8100만달러에 비해 20.5% 증가했다. 이에 비해 수출액은 8억6400만달러로 전년 7억7700만달러에 비해 1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의약품 무역적자는 2004년 16억400만달러에서 지난해 20억500만달러로 25.0%나 증가했다. 품목별 수입액은 원료의약품이 13억6900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완제의약품 12억1500만달러,체외진단용 의약품 1억1900만달러,의약외품 9300만달러,한약재 6100만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출액은 원료의약품 4억4800만달러,완제의약품 2억9200만달러,의약외품 6300만달러,한약재 7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의약품 무역적자 폭이 늘어난 것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잇따라 국내 공장을 폐쇄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의약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는 완제의약품 수입이 지난해 전년 대비 30.6%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내에 진출했던 다국적 제약사들은 노사분규 임금상승의 영향을 받아 2000년 초부터 제조시설을 철수시키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로 유명한 한국릴리는 지난해 3월 경기 화성공장을 매각하고 한국에서의 제조를 중단했다. 여성의약품 전문업체인 한국와이어스도 같은 시기 군포공장을 폐쇄했다. 또 세계 2위의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지난해 6월 항생제 공장을 팔았다. 한국릴리는 2004년 8월부터 항생제 의약품을 전량 미국 공장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한국와이어스는 지난해 초부터 비타민제 센트룸,소염제 바리다제 등을 미국 영국 등지의 공장에서 가져오고 있다. GSK도 지난해 말부터 영국에서 항생제를 들여오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도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가 서울 광장동 공장의 아파트 개발 방침을 밝혀 한국 철수설이 나오고 있으며 한국로슈는 내년 상반기까지 안성공장을 폐쇄키로 하는 등 다국적 제약사의 탈(脫) 한국 러시는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다국적 제약사들의 공장 폐쇄와 더불어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라 의약품 무역적자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을 늘리거나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 유치 등을 통해 적자를 상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