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가 대판 싸움을 벌였다. 화가 난 남편이 '나가 버려'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인은 "내가 못 나갈 줄 알고" 대꾸하며 집을 나섰다. 얼마 안 있어 부인이 돌아왔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남편은 "왜 돌아왔느냐"고 따졌다. "제일 소중한 것을 놓고 갔어요"라는 부인의 대답에 "그 게 뭔데"라고 물었다. "바로 당신이에요".이후 남편은 "다퉈서 이혼해 봤자 위자료로 나를 청구할텐데…"하면서 부부싸움을 웃음으로 넘겼다고 한다. 부부싸움이 이렇다면 오죽 좋으련만 우리네 가정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못하다. 상소리와 폭력이 오가고 정신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가장 행복하게 만나 가장 불행해지는 경우가 얄궂게도 부부관계인 것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의사소통의 한 형태일 뿐'이라고 애써 치부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부부싸움이 수명을 단축시킨다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 유타대학 심리학연구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부부의 말다툼이 동맥경화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언사와 격한 분위기일수록 심혈관질환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얘기다. 부부 사이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석들이 많다. 소홀한 듯하면서도 가장 미더워 하고,자랑하지 않으면서 가장 소중히 여기고,고맙고 한편 즐거우면서도 굳이 말이 필요치 않은 관계가 바로 부부다. 따지고 보면 갈등이 있을 턱이 없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부부화락을 강조하는 덕담들이 많다. 거문고와 비파를 타듯 한다는 여고금실(如鼓琴瑟),남편이 노래하면 부인이 따라한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평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백년해로(百年偕老),하늘이 정해 준 배우자라는 천정배필(天定配匹) 등이 그것이다. 살다 보면 부부싸움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한가지 배우자의 심장에 화살을 꽂는 언사만은 피할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