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향후 진행될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한국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에 대한 규제를 미국 수준으로 완화해 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키로 했다. 또 한국이 농산물 등 기타 상품 수입에 적용하고 있는 비관세 장벽을 철폐해 줄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한국과의 FTA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의 협상 통보문을 미 의회에 제출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해 왔다. 통보문에 담긴 내용은 지난 1일 발표한 '연례 무역보고서'와 다를 게 없지만 오는 5월 1차 협상에서 미국측이 제기할 의제를 미리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투자·서비스 분야 투자 분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국 시장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미국의 국내법적 원칙과 관행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비견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대목.미국 투자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를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에 보다 부합하는 수준으로 대폭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 투자자들에 대해 한국 투자자와 동등한 내국민 대우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보다 유리한 특혜를 누리는 것을 금지할 계획이다. 통보문은 또 한국 정부가 특정 한국 기업에 독점적 지원을 하거나 공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독점적 사업권을 가지는 문제 등 경쟁 관련 문제들을 해결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 최대 현안인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도 과감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통보문은 우선 특허권 보호,비공개 정보 보호 등과 같은 분야에서 한국이 미 국내법과 관행에 더욱 일치하는 수준의 규정과 관행을 적용토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해적판이나 위조품으로 의심되는 재화와 그런 재화를 만들거나 전송하는 데 사용된 (컴퓨터 등) 장비를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 조항 강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상품 분야 상품 분야에는 농산물 분야 비관세 장벽 철폐와 한국이 비교적 유리한 입장에 있는 산업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우선 한·미 간 무역에 대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광범위한 관세 및 부과금 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산물과 기타 상품에 대한 인·허가 장벽,미국의 신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규제 조치,기타 미국 수출업자들이 지목하는 규제 등을 포함해 미국의 수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 철폐를 강력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행 한국 국내법상 수입이 금지된 신선 농산물에 대한 규제 철폐도 요구하고 있어 농업 분야 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은 그러나 현행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도는 그대로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의 FTA에 따른 특혜 세율이 그런 특혜를 받을 자격이 있는 (한국산) 재화에만 적용되도록 원산지 우회방지 규정도 만든다는 방침이다. ◆기타 비상품 분야 기타 비상품 분야에선 한국이 무역이나 투자 증진을 위해 환경과 노동 관련 조항을 약화하거나 축소하지 못하도록 요구한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는 수도권 등 특정 지역에 환경 기준을 완화해 공장 신설을 허용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또 한국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디지털 상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