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자동차, 언제 난기류 벗어날까 … 반도체 하반기 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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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텔이나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처럼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1분기 실적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실적 부진은 몇 가지 악재들이 겹쳐 왔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우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추락이 수출 비중이 높은 IT 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올해 평균 환율(3월7일까지 누적 기준)은 달러당 978원.분기 환율 기준으로 1997년 3분기(898.0원) 이후 9년 만에 처음 1000원 선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800억원,LG전자는 700억원의 영업이익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징후는 IT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반도체 제품들의 가격 급락이다.
특히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계절적인 수요 부진과 해외 경쟁업체들의 잇단 증설 발표로 인해 작년 말에 비해 25%가량 폭락한 상태다.
여기에 '달러 박스' 역할을 해 온 휴대폰 산업도 해외 업체들의 견제 내지는 추격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업계는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환율 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만 IT업계 전반의 수요 기반이 일시에 붕괴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오히려 디지털 컨버전스(디지털 기기의 융·복합)의 가속화와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 등이 상승 사이클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반도체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하락 문제가 가장 큰 논란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반도체 중흥을 일군 주력 제품이었기에 특히 그렇다.
전문가들은 1분기 가격 하락폭을 당초 15% 안팎으로 예상했으나 두 달여 만에 25% 선까지 확대되자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 시장에서 반도체 관련 주가들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배경에서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에는 중국 춘절 수요가 끝나고 국내외 전자업체들이 가동률을 다소 낮추고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면서도 "2분기부터는 업계의 신제품 시판이 잇따를 전망인 만큼 가격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에 비해 D램 가격이 호조를 띠고 있는 것도 이례적이다.
주력 제품인 512메가 DDR2의 경우 1월 초 3.9달러 선에 머물고 있었으나 최근 5달러 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말 인텔이 새 칩셋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DDR2 수요가 꾸준한 데다 하반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윈도 시스템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영향받았다는 분석이다.
◆휴대폰
전형적으로 속 빈 강정이 되기 쉬운 업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매출이나 출하는 괜찮은 반면 국내외 업계의 출혈 경쟁으로 영업이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0만대 늘린 2950만대로 예상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2004년 1분기보다 5%포인트가량 떨어진 12∼13%에 머물 전망이다.
LG전자 역시 휴대폰 부문의 이익률이 극히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1분기 실적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독일 월드컵 특수로 LCD나 PDP TV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무색케 할 정도로 이익은 빈약하기만 하다.
세트업체든 패널업체든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SDI의 경우 PDP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지만 TV 세트업체들의 선도적인 가격 하락에 휘둘려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AUO,CPT 등 후발 업체들이 5~6세대 라인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가격을 후려치고 있는 데다 선발 주자인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도 주도권 장악을 위해 8세대 투자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수익성보다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지만 막대한 투자비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이익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조일훈·김형호·고성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