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라 안팎으로 일본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재테크 시장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일의 경제대국을 꿈꾸었던 일본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릴 만큼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런 일본경제가 길게 보면 이미 2003년부터 회복국면에 진입했으나 아무래도 회복세가 눈에 띄게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4분기 이후다. 지난해 4·4분기 일본경제 성장률은 전년동기비 4.2%에 달했다. 기존의 성장동인이었던 수출증가세는 지속되는 가운데,경기회복의 최대 장애요인이었던 민간소비는 3.3% 증가했다. 특히 성장잠재력과 직결되는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무려 10.3%에 달해 일본경제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일본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경기나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영향 가운데 양적 금융완화 정책 해제 이후 제로(0)금리가 언제 포기될 것인가와 이에 따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유입됐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향방이다. 그동안 양적 금융완화 정책과 제로금리 포기문제를 놓고 일본내에서는 두 가지 견해가 팽팽히 맞서 왔다. 후쿠이 일본은행 총재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대부분 정부 각료들은 1996년 성급한 소비세 인상이 경기회복을 꺾은 뼈아픈 경험을 들어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해 왔다. 최근 일본은행이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을 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1%로 플러스 국면으로 전환된 후 올해는 0.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도 종전의 1.8%로 최근에 2%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전망에 따라 9일 일본은행이 양적 금융완화 정책을 해제했다. 이번 조치 후 제로금리는 시기가 문제이지 포기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지난해 말 현재 아시아 국가와 국제상품시장을 중심으로 일본 이외의 지역에 투자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규모는 약 8000억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1998년 이후부터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현재 국내금융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을 띤 자금규모는 3조∼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20∼30% 정도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파악된다. 만약 이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국내증시를 중심으로 재테크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원화 가치가 강세가 될 가능성에도 대비해 놓아야 한다. 올들어 원·엔 동조화 계수가 0.5 이하로 떨어지긴 했어도 국내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외화운용시에 여전히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참고지표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제로금리 포기에 따른 엔화 강세는 원화 가치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투자 중에서는 일본펀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본펀드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엔 환율의 하락에 따른 환차손으로 실제 수익률이 다른 지역의 펀드보다 낮았다. 앞으로 일본경기가 회복되고 제로금리 정책이 포기될 경우 엔화 가치가 원화 가치보다 더 강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다 원·엔 환율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 시점에서 일본펀드에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부동산 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