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한국과 프랑스 정부 간 항공회담을 앞두고 '파리-서울 노선'을 둘러싼 국내 두 항공사 간 기싸움과 물밑 로비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행대로 '단수 취항'을,아시아나는 '복수 취항'을 목표로 뛰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최고경영진은 이달 들어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양국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대한항공은 일본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서 후발 주자가 턱밑까지 추격해온 점을 감안,파리노선 수성(守城)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시아나,전방위 설득에 나서


아시아나항공 최고경영진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정한 파리 취항을 위해 '올인'하고 있다.


박찬법 부회장과 강주안 사장은 10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파리 취항문제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강 사장은 파리를 방문,1주일을 머물며 프랑스 항공청 관계자들을 잇따라 접촉하고 "파리취항을 도와달라"고 설득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일본 중국 등 상당수의 아시아 국가들은 각각 2개 이상의 항공사를 파리에 취항시키고 있다"면서 "유럽 3대 노선(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중 파리에만 독점이 보장되는 것은 승객들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복수 취항은 시기상조"


파리에 주 7회(화물기 2회 포함)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정부 당국자 간 논의할 문제를 항공사가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프랑스 정부가 그동안 내세웠던 '연간 양국 탑승객 40만명'이라는 기준에 미달하는 만큼 복수 취항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프랑스측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열린 네 차례 항공회담에서 "연간 탑승객이 40만명 되면 허가하겠다"면서 한국측 요구를 거절했다.


지난해 양국 간 탑승객은 32만명 선이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연간 40만명이 되려면 평균 95%의 탑승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런 노선이 어디 있느냐"면서 "경쟁이 있어야 요금도 내려가고 승객들에게 선택의 기회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복수 취항은 경제 문제"


프랑스 정부가 한국에만 40만명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뭘까.


대한항공과 수십년간 맺어온 끈끈한 유대관계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1975년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에어버스사의 A300 5대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도입,판로를 열어준 항공사가 대한항공이라는 것.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대(代)를 이어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등급 훈장을 받았고,프랑스 방문 때마다 조 회장이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는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도 프랑스측이 대한항공의 편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통상교섭본부는 "파리 복수 취항은 항공사 간 문제라기보다는 양국 간 교역 확대 등 경제적인 관점에서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측이 한국에만 복수 취항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특정 항공사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올해가 양국 수교 120주년인 만큼 복수 취항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