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반쯤 가린 선글라스,치렁치렁 늘어뜨린 귀고리,여행용 가방을 연상시키는 오버사이즈 핸드백….


올 봄 패션업계에 '빅 사이즈' 열풍이 불고 있다.


귀고리 등 일부 액세서리에 국한됐던 빅 사이즈 패션이 선글라스 가방 시계 벨트 등 토털 패션소품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최근 확산되고 있는 복고(復古) 무드에다 '튀려는' 신세대들의 자기표현 방식이 맞물리면서 유통업체들이 전용매장(코너)을 앞다퉈 설치하는 등 '빅 사이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에서는 최근 턱선보다 길게 내려오는 롱 스타일의 귀고리,커다란 크리스털 비즈원석 장식을 단 빅 사이즈 목걸이 등 액세서리 제품이 하루 평균 2000여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옥션 관계자는 "이달 들어 일평균 판매량이 1,2월에 비해 3~4배,매물로 올라오는 상품 수는 10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빅 사이즈 선글라스는 봄을 맞아 황사 및 자외선 차단 수요가 생긴 데다 '스타 효과'까지 가세해 패션업계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경우.이승엽 이종범 등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한국 야구대표팀 주역들이 빅 사이즈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수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7일 GS홈쇼핑에서 방송된 빅사이즈 선글라스인 '로베르타 디 카메리노' 선글라스 2종은 준비 수량 1000여세트가 방송 27분 만에 동이 났다.


현대 압구정점 선글라스 매장에서도 하루 평균 50~80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빅 사이즈 열풍은 시계 벨트 등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시계의 경우 봄철 화려한 의상에 포인트를 주려는 신세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크고 화려해진 제품이 부쩍 팔려나가고 있다.여대생 김지선씨(22)는 "친구들 사이에 누가 더 큰 사이즈를 차고 있는지 재볼 정도로 초대형 손목시계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시계가 하도 커지다보니 '전광판 시계'로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2만~10만원대 다양한 가격대의 '전광판 시계'를 파는 옥션 G마켓 등 인터넷쇼핑몰에선 3월들어 하루 평균 주문량이 150여개로 지난 12월에 비해 5배이상 늘었다.G마켓 관계자는 "빅 사이즈 제품들은 대부분 남·녀공용으로 럭셔리한 물결무늬 문자판이나 젤리밴드의 독특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주얼 의류용 벨트는 허리라인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버클이 커지고,벨트라인의 폭도 넓어졌고,브랜드 로고나 세부장식이 새겨진 게 특징.외출용 가방 핸드백 등의 트렌드도 최근들어 여행용 가방을 방불케 할 만큼 빅 사이즈로 돌아섰다.


또 숄더백보다는 토드백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에서는 중간 사이즈의 숄더백과 오버사이즈 토드백을 한 세트로 만든 '빅 사이즈 플러스 원(+1)' 상품을 기획,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GS홈쇼핑 관계자는 "큰 사이즈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금속의 디테일 장식을 단 화이트 계열의 핸드백이 특히 잘 팔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1~2년 전부터 1950~60년대 복고풍의 빅 사이즈 제품이 귀고리 등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조금씩 유행하다 최근엔 패션소품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소비층도 10~20대에서 30대로,여성 위주에서 남성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강한 자기표현 욕구 등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도 이 같은 '빅 사이즈 열풍'을 한몫 거들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진단.


실제로 몇년 전부터 빅 사이즈 제품이 등장했던 목걸이 귀고리 팔찌 반지 등 액세서리는 디자인이 더욱 대담해지고,크기나 길이 등 사이즈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패션상가 등에서 Y자형 목걸이나 빅 펜던트로 포인트를 준 길게 늘어뜨린 목걸이가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귀고리는 원형이나 타원형 프레임에 가는 체인장식이나 보석을 늘어뜨린,크고 대담한 디자인이 인기다.팔찌 역시 예전의 가는 디자인 대신 크고 굵은 뱅글(둥굴고 폭이 넓은 모양)로 손목을 강조한 제품이 멋쟁이들의 패션소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