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ㆍ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환율하락, 해외 경쟁사의 집중적인 견제, 노사문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이들 주력산업에서의 기업실적 악화는 국내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2일 연구보고서를 통해 내수와 외수의 동반 침체(沈滯)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경기호전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목소리는 사뭇 심각하기만 하다. 환율하락은 수출비중이 높은 IT 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고,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휴대폰 같은 경우 경쟁업체들의 역공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 법무부의 담합 제재, 수출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반덤핑 조치, 일본의 특허분쟁 제기 등에서 보듯 각종 법률적 기술적 리스크도 전자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자동차의 경우는 더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환율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수출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어 판매만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일본업체들의 소형차 진출은 심상치 않다. 여기에다 내수마저 침체돼 있으니 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비용절감이라도 해야 하는데 불안한 노사관계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않다. 오히려 노조는 자동차노조들의 산별전환을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기업으로서는 내우외환 그 자체나 다름없는 그런 형국이다. 전자나 자동차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 조선업계는 15년 후 한국을 추월(追越)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중국을 의식해야 하는 건 철강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기간산업을 이끄는 포스코의 경우를 보면 경영권 불안 때문에 최고경영자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하니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많은 부분은 신제품·신기술 개발 투자 등을 통해 기업 스스로 극복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기업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특히 이렇게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부는 규제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경영권 불안을 해소할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노조 또한 기업의 경쟁력을 먼저 생각하는 슬기를 보여 주어야 할 때다. 지금 파업을 입에 담는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이자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