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性善說ㆍ性惡說‥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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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홍 < 미래에셋생명 사장 jhyoon@miraeasset.com >
얼마 전 '건대 할머니'로 유명한 이순덕 할머니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는 전 재산에 해당하는 2억원의 장학금을 대학교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이렇듯 잠깐만 주위를 둘러보면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워서 심지어 나를 부끄럽게까지 만드는 일들이 많이 있다.
지하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이제는 고인이 된 일본 유학생.화재 현장에서 우리의 목숨과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묵묵히 사명을 다하다 순직하신 소방공무원."내 몸 이웃에 보시하라"며 돌아 가신 후에도 타인을 위해 자기 몸을 기증하신 법장스님 등 참으로 고귀한 삶을 살아가셨던 분들이 아닌가 한다.
맹자의 주장대로 '인간의 본성은 본디 선하다'라는 성선설의 의미가 마음 깊이 다가온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침마다 읽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도되는 내용들은 우리의 마음을 밝혀주는 기사보다 시리도록 아픈 보도가 더 많은 것 같다.
잊을 만하면 또 다시 발생되는 초등학생 납치·살인 사건,매년 반복되는 음식물 범죄,익명의 공간이라는 특성으로 잔인한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인터넷에서의 악의적인 댓글 등을 접하다 보면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한 것인가? 이 세상이 온통 범죄의 소굴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며,성악설에 무게를 두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성선설과 성악설,어떤 이론이 맞는지를 떠나 사회 구성원이라는 의미를 되새겨볼 때인 것 같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폭력성과 잔혹성이 엽기적 범죄로 표출되는 과정을 보면 '세상이 나를 버렸다'거나 ''나'라는 존재는 사회에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 발생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사회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에서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발생하고 사회는 이들에 대해 격리라는 방법으로 그들과 단절하는,이런 악순환의 반복이 계속되는 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는 요원한 구호에 머물고 말 것이다.
소외된 구성원들이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고 작은 일에도 자아의 소중함을 느끼는 교육 프로그램 운용 등 사회적,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국의 철학자 로크의 백지설(白紙設)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 백지로 태어나서 환경에 따라 다르게 쓰여질 수 있다고 한다.
교육과 사회적 관심에 대한 중요성을 내다본 선견(先見)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