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이 새고 있다.

신용 관리를 잘못해 옆집보다 대출이자를 1%포인트 더 내고,미숙한 세 테크로 연말정산시 동료의 절반 정도만 되돌려 받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오히려 쪼들리는 가계를 돕는다며 너도나도 로또식 재테크에만 열중이다.

개인 재무설계 전문업체인 포도에셋의 라의형 대표는 "평소 자산관리를 잘 한다는 사람도 자신의 재무구조를 잘 점검하면 지출의 15%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금리시대에 재테크 연수익률이 15%를 넘기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새는 현금을 그냥 둔 채 수입을 늘리는 데 급급한 것은 주종이 바뀐 게 분명하다.
[생애재무설계 A to Z] 새나가는 돈 15%부터 모아라


여기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 세계는 지금 '트리플 30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대 수명이 90세까지 늘어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자식도 정부도 미래를 담보해주지 못하는 지금 은퇴 후 30년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주식투자 부동산투자 등 재테크란 나무를 키우기 앞서 라이프맵이란 숲을 그리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30년 동안 목돈을 마련하려 불확실한 재테크에 올인하기보다는 노후까지 60년 동안의 생애사이클에 따라 재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백만장자의 90% 이상이 파이낸셜 플래너(FP)의 도움을 받아 재무관리를 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애 재무설계를 부유층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국내 주요 기업(공무원 포함) 종사자 9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3명 중 2명이 재무설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라이프 사이클을 그려놓고 결혼 내집마련 자녀교육 노후대비 등을 체계적으로 해나간다는 응답자는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또 대부분의 응답자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미래를 설계하거나,금융상품을 소개받는 정도를 재무설계로 알고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 돈을 만지는 첫 순간부터 생애 재무설계에 적극 나서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봉급생활자는 물론 짧은 순간 목돈을 버는 연예인과 스포츠스타,그리고 부동산 부자에서 신용불량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설계를 해야 돈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윤 PCA생명 리스펙트지점장은 "은퇴 이후 이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비율은 어림잡아 10%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이라며 "분명한 목적 없이 단순히 목돈을 모으는 식의 재테크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애 재무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