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국내 주요기업(공무원 및 공기업 포함) 종사자 9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3명 중 2명은 라이프플래닝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이를 실천한다는 응답자는 30%에도 못 미쳤다.


최승우 한국FP협회 전무는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금융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어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재무설계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며 "FP(개인재무설계사)제도의 정립과 교육 등 관련 인프라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먹구구식 재무설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안정적인 노후 대비를 위해 생애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936명 중 67.7%가 재무설계의 필요성에 공감한 게 이를 말해 준다.


하지만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실제 라이프플래닝을 체계적으로 설계한 뒤 재테크에 나서는 회사원은 드물었다.


'집마련에서부터 노후자금 확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생애 재무설계를 작성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은 23.6%에 그쳤다.


이 분야의 전문가에 속한다는 금융회사 종사자들도 재무설계 이행률이 28.3%에 머물렀다.


비금융권 직장인들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보험 증권 은행 등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재무설계를 하는 사람은 20%를 밑돌았으며,이도 금융상품 선택에 조언을 받는 정도에 그쳐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재무설계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간접투자 인기 '눈길'


직장인들은 향후 가장 유망한 재테크 분야로 부동산(47%)을 꼽았다.


다만 지난해부터 불기시작한 적립식 펀드의 인기를 반영,부동산에 이어 간접투자(36%)가 재테크 선호도 2위로 부상한 것은 눈여겨볼 변화다.


또 직장인들은 자신의 수입 중 평균 30% 정도를 예금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정도(47.4%)가 자신의 수입 중 30% 이상을 재테크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으며,40% 이상을 할애하는 사람도 26.8%에 달했다.


고령화 쇼크에 대한 반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응답자가 밝힌 기대수명은 72.6%가 75세를 넘을 것으로 생각했고,80세 이상도 40% 수준에 이르러 정부의 예측치보다 4~5세 정도 높았다.


◆유동산자산 5억원은 확보해야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준비해야 할 노후자금 규모도 대폭 커졌다.


'퇴직할 때까지 어느 정도의 현금(퇴직금,각종 연금,주택 등은 제외)을 확보해야 밝은 노후를 누릴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7.3%가 5억원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8억원 이상'이란 응답자도 29.4%에 달했다.


연금 퇴직금 주택 등을 감안하면 은퇴 후 최소 10억원은 가져야 만족한 노후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떼돈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몰빵식 재테크에 나서는 것도 노후 불안의 반영"이라며 "하지만 노후자금 마련은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믿고 홈닥터처럼 맡길 수 있는 재테크닥터를 십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체계적인 재무설계를 통해 인생 전반에 걸친 라이프플랜을 짠 뒤 차분하게 재테크를 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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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문대상은 ]


설문대상은 국내 주요기업(공무원·공기업 근무자 포함) 종사자들로 70% 가까이가 은퇴 후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일 것으로 예상하는 등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분류하는 계층이다.


또 30~40대가 응답자의 83%에 달해 내집마련 자녀교육 노후대비 등 생애재무설계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안정된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듯 기대수명도 높고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부동산에 미련을 못 버리는 올인식 재테크 성향이 강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