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들이 방향을 잘못 잡은 탓일까,아니면 외국 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해서일까.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한국 휴대폰 3사는 지난 9일 시작된 정보통신 전시회 '세빗 2006'에 다양한 슬림폰을 내놓았다. 반면 슬림폰 선발업체인 미국 모토로라와 세계 1위 휴대폰 메이커인 핀란드 노키아 등은 슬림폰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년간 휴대폰 시장에서 '슬림' 추세를 주도해온 모토로라는 전시장 한쪽에 기존 슬림폰 '레이저'와 '슬리버'를 전시했을 뿐 신제품을 내지 않았다. 최근 한국에서 선보인 'Z'조차 출품하지 않는 등 슬림 경쟁에서 한 발 빼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노키아는 '슬림폰' 대신 '스몰폰'을 공개했다. '노키아 6111'의 경우 호출기(삐삐) 크기의 슬라이드 제품으로 어린이 손에도 쏙 들어갈 만큼 작다. 노키아는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닮았고 자판이 없는 휴대폰 '노키아 7380'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대만 벤큐에 인수된 독일 지멘스는 '벤큐·지멘스'란 브랜드로 막대형과 슬림슬라이드형 슬림폰을 몇 가지 선보였다. 그러나 소니에릭슨 부스에서는 슬림폰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300만 화소 안팎의 디지털카메라폰만 대거 전시돼 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모바일TV폰과 함께 슬림폰을 대거 출품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슬라이드를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듀얼슬라이드폰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두께가 13mm에 불과한 슬림슬라이드폰과 8.9mm 막대형 메가픽셀 카메라폰도 내놓았다. 3세대폰도 9.8mm 막대형,14.9mm 슬라이드형,18.5mm 폴더형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팬택계열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발매한 슬림슬라이드폰 'PT-K1500'에 블루투스 기능 등을 추가한 유럽 수출 모델을 내놓았다. LG전자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로베르토 카발리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100만대 이상 팔렸다는 폴더형 슬림 WCDMA폰을 전시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국 업체 관계자는 "외국 업체들이 슬림폰을 거의 내놓지 않아 내심 놀라고 있다"며 "우리가 길을 잘못 든 것인지,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노버(독일)=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