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몇몇 주주가 기업을 뒤흔드는 이른바 '제왕적 주주시대'의 도래(到來)를 예고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한국경제신문 11일자 참조) 이코노미스트는 다수의 국제 헤지펀드들을 중심으로 자행되고 있는 "제왕적 주주운동이 장기적인 기업이익보다 주가 부양 등 단기목표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아 궁극적으로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당장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내용이다. KT&G 사태만 보더라도 국제 투기자본으로 인한 폐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단기투자에 의존하는 헤지펀드들은 눈앞의 주가상승만을 노려 자산매각이나 기업분할을 강요한다. 이는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겠지만 장기성장기반을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다. 특히 헤지펀드들은 거대한 국제자본과 법률가들의 뒷받침을 받고 있어 대상기업으로선 견뎌낼 재간이 없다. 뿐만 아니라 고배당 요구로 단기차익을 챙기는데 주력하는 것 또한 문제다. 당장 주총시즌을 맞은 국내 대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이다. 외국인투자 비중이 높은 은행을 비롯 삼성전자 KT 포스코 KT&G 등 굴지의 상장대기업들은 예외없이 높은 배당을 결의하고 있다. 외국인의 고배당요구로 인해 상장사들이 한햇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의 10% 안팎이 외국인 배당으로 흘러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주주중시 경영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장기성장 전망에 도움을 준다는 전제에서 성립할 수 있다. 일시적인 고배당과 나눠먹기가 진정한 의미의 주주중시경영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헤지펀드들의 무분별한 국내기업 인수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주가조작 등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헤지펀드들의 과도한 투자나 빈번한 유출입은 주식시장은 물론 안정적인 경제정책의 운용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招來)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