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이해찬 총리의 거취문제에 대해 "사퇴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의혹제기가 잇따를 때만 해도 신중론을 피력해왔던 여당이 '내기골프'와 '황제골프' 문제가 비화되자 "더 이상 이 총리를 보호하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며 사퇴불가피론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12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 골프파문에 대해) 상황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와 같은 재야파로 그간 말을 아껴온 김 위원의 이 같은 언급은 여당의 기류가 사퇴쪽으로 가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김두관 최고위원도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당내 다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당내에는 "이 총리가 물러나면 새 총리 임명과정과 청문회로 여권이 수세에 몰려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반론이 없지는 않지만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목희 의원은 "국민의 뜻에 역행할 경우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내대표실에서 당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이 총리 거취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답변이 70% 정도로 나타났고 나머지 30%는 '사퇴할 사안은 아니다' 또는 '사퇴하더라도 지방선거 후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당내 의견이 사퇴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총리의 갑작스런 일정취소와 칩거행보도 사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해찬 총리는 주말인 11,12일 외부 출입을 삼간 채 삼청동 공관에 머물렀다. 공식 일정도 없었지만 최근 골프파문으로 인해 지친 심신을 달래는 한편 여론 동향을 살피면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고민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총리가 대통령이 귀국하는 14일 부재 중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골프파문의 경위설명과 함께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리 스스로 사퇴 압박여론을 인식하고 있으며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방향을 고려,나름대로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총리 비서실도 총리의 거취문제가 사퇴론 쪽으로 급격히 기운 탓인지 내주 대외일정도 공개하지 않은 채 함구에 들어갔다. 일요일인 12일 세종로 청사에는 국무조정실 일부 간부들만 출근,현안 등을 챙겼을 뿐 총리 비서실 관계자들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적막한 모습이었다. 이재창·이심기 기자 leejc@hankyung.com